不平則鳴

겨울손님

*garden 2009. 1. 6. 11:23








온난화의 영향으로 비교적 따뜻한 겨울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날씨. 기온이 영하권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다른 때와 달리 몸이 으스스했다. 간헐적이던 기침이 심해져 기관총을 갈겨대듯 잦아지기도 한다. 잠결에 의식을 돌아오면 이불깃을 모다쥐고 어둠을 깨뜨리는 소리를 세었다. 얕게 시작해서 깊은 곳으로 가며 수반되는 통증. 이부자리를 누르고 있던 어둠이 껑충껑충 뛴다. 산중 바윗자락을 밟고 언 대기를 끊는 늑대울음이 이럴까. 아무리 폐에 들이찬 바이러스나 이물질을 뱉어내려는 진정작용이라지만 심해져 지속되니 견디기 힘들다. 순간풍속이 오십에서 백이십 미터 정도는 된다고 했다. 태풍의 두 배 내지 네 배나 되는 압력과 폭발력으로 터져나와 기도인들 온전할 수 없다. 밤새 새우처럼 구부리고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참으며 기침으로 뒤척이면 아침에 기진맥진했다. 헛기침으로 메마른 목을 달래며 킁킁댄다. 핏발 선 눈을 들여다 보더니 기어이 던지는 말.
오늘은 제발 병원에 좀 다녀오세요오.
단순한 감기 같지는 않다는 데. 대꾸 없이 넥타이를 매다가 도리질한다. 문득 돌아보았다. 감기을 인정했다고 들은걸까, 병원에 안가겠다는 다짐으로 들었을까. 고집만 부린 건 아닌가. 어떤 일이 기색 없이 시작되기도 했지.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어서야. 병원 가는 것이 야차藥叉 만나러 가는 것보다 싫으니 어쩌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을 나서는데 몸살기마저 감지되어 별 수 없다. 병원에 들르겠노라고 약속한다.


십여 년도 더 전에 주변 사람과 가까운 겨울산에 올랐다. 눈 덮인 계곡 바위를 짚고 올라서야 했는데, 디딤자국이 멀다. 다리를 벌려 탄력을 준 다음 뛰너야 하는데 관절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이럴 리는 없는데 하며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포기하고 우회로를 돌았다. 쉽게 오르는 곳인데 왜 안될까를 고민하다가 앞뒤 더듬어 보고서야 수긍한다. 육신이 전에 없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 바쁘다는 핑게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집과 사무실만 오갔으니. 하루도 걸르지 않고 술에 절어 늘어지거나 가까운 곳이라도 차로 이동했으니 오죽할까. 생활 행태를 바꾸어야지. 결국 예전처럼 걷고 땀을 흘리는 수고로움을 거듭해서야 그 병목자리를 딛고 올라설 수 있었다.
지금의 기침도 몸의 어떤 신호이지 않을까. 겨울이 시작될 즈음만 해도 감기 따위에 콧웃음을 쳤다. 가슴을 두드리며 호언장담이라도 할 뻔 했다. 잦은 모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몸을 굴렸다. 어느 순간 기침을 달고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눈치를 보게끔 되었으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다행인 건 감기가 기승이어서 주변 너도나도 맥없이 콜록거린다. 아침이면 출근이 어렵다고 한둘은 전화를 해댈 정도로. 그것 참, 수화기를 놓으며 혀를 찬다. 똑같이 앓아도 어느 누구는 덜컥 누워 버리는구만. 나야말로 누워 버리면 그날로 사단 나는 줄 알았지. 그나저나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이 소심증을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Desire To Stay * Fariborz La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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