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밝은 곳에서 어둡게

*garden 2011. 1. 18. 13:46












아슬한 담장 위에 웅크린 고양이처럼 제자리걸음을 하는 선율. 말랑말랑한 흐름이 듣기 좋다. 얇은 커튼 사이로 어른거리는 햇빛처럼 깔리는 비트. 비천한 곳에서 생성했어도 스스로를 고귀하게 세우는 품격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하여 한 태생인 듯 스스럼 없이 이는 감흥. 언제 저런 순수한 열정과 사랑을 꿈꿨던가. 세상을 아우르는 따뜻한 시선이 고집스러운 자존심과 어울려 돌아간다면 무리일까. 엉뚱한 공상을 떠올려 본다. 허기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음식으로 한끼를 떼우면 어떠한가.


점심을 뭘로 할까?
당연히 뜨끈한 국물을 곁들여야지.
높바람이 뿌리는 냉기에 치를 떤다. 북극 동장군 위세에 사방이 얼어붙었다. 짧은 거리를 움직이는 중에도 아린 맨살. 한참 전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럽다. 까칫발을 떼어야지. 골목으로 꺾어들어 약속이나 한 듯 이층 한식집을 보았다. 빈자리가 있어야 할텐데. 점심 무렵이면 늘 북적여 쫓겨 내려온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일면 투박스런 외모에도 손맛 좋은 주방 안주인을 떠올렸다. 들어서고서야 안도한다. 점심시간이 짧은 탓이다. 일단의 사람들이 다녀간 다음이라 바깥쪽 어설픈 자리만 총총 꿰차고 앉은 사람들, 소위 로열석은 온통 비어 있다. 사무실이 많은 동네여서 일차로 점심을 마친 사람들이 빠진 탓이다. 만만한 자리에 냉큼 앉아 웃었다.
이런 날도 있구만.


깡말랐어도 연륜이 배어나던 장 선생. 복도 어림에서 마주치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다가오는지라 송구스럽다. 어느 때 식사라도 하자며 청하더니, 말미에 친구 딸을 추천하며 채용해주기를 바란다. 청탁이야 안되지만 하여간에 사정이 맞아 그녀를 들이게 되었다. 살펴보니 자못 영특해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헌데 겪어봐야 안다고, 일처리가 좋은 대신 이기적인 면이 보인다. 깜찍한 외모에서 받는 선입견인가 했더니 아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해지는 한두 마디 소문이 좋지 않다. 지켜보던 차에 사단이 났다. 개인 컴퓨터가 지급되기 전인데, 막무가내로 다툼을 벌이고서는 쪼르르 달려온다. 개인 PC를 달라고 떼를 쓰는데. 사정을 설명하고 타일러도 안되고 얼르도 소용없다. 뭐 이런 아가씨가 있나? 화가 치민다. 장 선생은 마주칠 때마다 달려와선 친구 딸 자랑에 여념없다.
요즘 아이들은 어찌 그리 예쁜지, 한 말에 열 말을 알아들으니. 일도 잘하지 않습디까?
애매하게 얼버무린다. 사정을 낱낱이 드러낼 수도 없다.
수원에서 혼자 기거하던 장 선생의 운명 소식을 들었다. 연락이 여의치 않아 친인척을 통해 아파트 문을 부수고서야 알아챘다고 했다. 낮은 곳에서 웅얼거리던 재즈 선율이 고개를 넘는 참이다. 눈발이 가는 이를 만류하듯 분분히 내렸다.







Frederic Delarue, Symphony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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