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열린 저녁의 일

*garden 2012. 4. 17. 09:01




어우당 유몽인의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에 남명 조식(南冥 曺植)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에 따르면, '남명은 영남에 은둔해 살며 벼슬을 진흙탕 보듯 하였다'고 한다.
사실 남명은 늦은 나이인 서른일곱 살에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하였으며, 이후 뜻을 바꿔 학문연구와 제자양성에만 진력하였다. 성정이 곧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자기 수양과 실천에 엄격하여 추호도 소홀함이 없었다. 중종과 명종, 선조가 남명을 우러러 관직을 제수했으나 그때마다 고사하였다. 잠자리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하여 일평생 칼과 방울을 옆에 두고 살았다. 뜻이 만리창천 밖을 나는 고매한 학과 같았으나 결코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맞부딪치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 삼갈 일 들을 구분하여 처신하라는 말씀을 늘상 들으며 자랐다. 마땅히 따르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해야 하는 일에 마구 달려들 수 없으며, 삼갈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는 더욱 없다.
새벽 공기가 서늘하더라니, 이불을 끌어 덮고서는 깜박 날꿈을 꾼다. 시장터에 서있었다. 나른한 어코디언 소리가 이어진다. 햇살에 실린 반주가 오르락내리락했다. 호객소리와 스침과 부딪힘이 끊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쫓아다닌 것만 같은데 한순간 잊고서는 허전하다. 내가 가려던 '길'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뒷길 쪽까지 두리번거리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당연히 있을 리 없지. 인파 위로 푸른부전나비 한 마리가 끈 떨어진 연처럼 날갯짓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쁘다. 오가는 이들이 실눈으로 본다. 이런 때 습관처럼 스스로를 욱죄어야 하는 고집. 이를 떨치기 위해 버둥대는 일도 사실은 허망하다. 왜 늘 경직되어 있어야 할까.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일러주지만 아이들마저 인제 건성으로 들었다. 딴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다.
저녁 어스름에서야 잎눈을 여는 나무들. 때 맞춰 생을 일구는 자세가 가상타. 몸으로 터득한 생리가 표현되는 세상. 다들 틀어박혀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기상도에도 확연한 황사바람 탓인지,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길에 흙먼지가 자욱하다. 이런 때에도 막연히 기다려야 하나. 쫓아나가 호들갑을 떨기도 멋적고, 그렇다고 시침을 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귀 기울이자 사방 생기에 덩달아 심장도 쿵쾅거린다.













Mario Millo & Jon English, Against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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