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憤抒情

그 여름 속

*garden 2015. 7. 9. 17:09




서둘러 온 식구가 집을 나섰다. 근교에서 물놀이라도 할 참이다. 먹을 음식과 옷가지 등을 보퉁이에 싸들고 버스에 오른 다음에야 소풍 간다는 게 실감난다. 맞바람을 받아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버스가 부르르 떨릴 때마다 매캐한 배기가스가 진동한다.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얼굴을 찌푸리는 까닭이다. 속이 울렁이는지, 참다가는 창과 씨름한다. 먼지가 창틀에 끼어 빡빡하다. 옆에 있던 이가 도와주어서 간신히 창이 열렸다. 비로소 차창 밖으로 머리를 조금 내밀 정도가 되었다. 나뭇잎을 흔들며 불어오는 바람이 초록색을 띠고 있다. 머리카락이 날린다. 볼이 실룩거린다. 벌써 웃자란 벼로 푸르른 논과 들을 거침없이 지난다. 도로 옆으로 줄지어 선 나무들이 바쁘게 지나쳤다. 앞쪽에서 다가오는 나무가 빠른 속도로 뒤로 사라졌다.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버스 기사는 신 났다. 자글거리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노련하게 핸들을 잡고서 기어를 조작하고 있다. 더러 버스가 출렁거려도 이 차에 오른 이 모두 맞춰 어깨춤을 춘다. 표나지 않게 내가 운전을 하는 듯 기사 흉내를 내본다. 망망한 대해. 가도가도 푸른 물결 뿐인 바다는 조용하다. 하얀 물보라를 그리며 커다란 기선이 나아간다. 머릿속에 길을 그리며 멀리까지 들리도록 길게 고동을 울린다. 아니다. 비행기로 바꾸어야지. 파일럿 잠바를 입고 저 운전기사처럼 멋진 고글을 쓰고 눈을 찡긋한다. 기수를 들어 하늘을 뚫고 치솟는다. 그저께 들판 위에서 유유히 맴돌다 구름 속으로 사라진 솔개처럼 유영하는 비행기.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발이 따가울 정도이다. 볕을 이고 강물에 드나들면서 많은 조개를 채취했다. 동생은 강둑으로 나있는 미루나무에서 그날 많은 매미를 잡았다.
정말 재미 있었는지, 엄마는 다음 해에도 식구들을 이끌고 거기로 여름 소풍을 갔다. 초록 바람과 하얀 강과 눈부신 모래로 펼쳐져 있던 그 강을 이제는 아무리 눈 닦고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 없다.













Orchestre des concerts lamoureux ,
Clara Haskil(piano), Igor Markevitch(conduc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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