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하얀 꿈

*garden 2015. 12. 4. 08:01




설깬 잠 때문인지 뚱한 표정의 후배
서두르며 옷을 꿰입는 내가 못마땅하다
미적대며 나갔다가 들고 온 소반에 받친 꿀물을 내미는데
새북 희끄무레 불 밝힌 부엌쪽에서 또닥거리는 소리가 나더라니
어젯밤이야 어쩔 수 없었고..... 아침까지 내리 신세질 수야 없지
우격다짐으로 다그쳐 문밖으로 이끌었다
밤새 얼어붙은 세상, 삐뚤빼뚤한 비탈길이 위태하다
대찬 바람이 '윙윙' 휘저어 시린 귓볼을 감싼다
뒤늦게 쫓아나와 있는 누이가 엄지손톱 만하다
들어가라는 후배 손짓을 따라 나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겨우 찾아낸 해장국집 여닫이문은 '삑삑' 비명을 질렀다
진작 들어와 있던 잡객들이 따분하게 쳐다본다
값싼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눈길도 주지 않는 주인장에게 호기롭게 소리쳤다
여기 우거지국 둘하고, 소주 한 병이오!
우리에게서 거두어진 시선이 바깥으로 옮겨졌다
강물처럼 흘려버린 시간과 명멸하는 얼굴들을 떠올렸다
세월에 더께가 내린 듯 게스름칙한 창 너머
어느새 폴폴 날리는 눈발이 사방을 덮어간다
이 겨울, 첫 눈이 소담스럽기도 하다














oniric,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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