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이다. 챙길 것도 많고 바쁜데 틈만 나면 없어지는 아이. 나는 지형지물을 익히고 사람을 찾아 묻고 가야 할 길을 정하는 중에 보이지 않다니. '이 녀석 어디 갔어?' 작은 아이가 눈을 찡긋한다. '그래?' 으슥한 어딘가에서 담배를 물고 있나 보다. '시간이 지체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건강에도 좋지 않은 걸.' 하고 중얼거리다가는 실소를 머금었다. 한 이십년 전에는 나야말로 그랬지 않은가.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없이 시름을 달랜다며 주구장창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게 의지할 것 없는 마음속 지지대였던가. 아득한 일이지만서도.
말없는 D는 눈이 마주쳐 내가 아는 체해도 선한 웃음만 지었다. D와 함께하는 H는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주제 외 곁다리까지 청산유수로 죄다 꺼내놓는다. 자기들은 깡촌 출신이라고 스스럼없이 뇌까리는데. 우연한 기회에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짝의 자취방에 따라가게 되었다. 다시 찾으려고 해도 힘든 골목길을 몇번이나 꺾어들어 페인트 칠이 벗겨진 나무 대문을 밀고 들어간 다음 옆 담벼락을 따라 돌아서 구부정하게 머리 숙여 들어간 뒷방. 대낮에도 볕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여기가 보금자리라니. 한참 동안 깜박이다가 들어온 형광등 불빛이 낯설다. 사내 애들만의 체취와 쾌쾌한 냄새가 배어 있는 자리. 낯선 냄새를 경계하는 내가 불편하다.
"얌마, 앉으. 안잡아 묵을게."
킬킬거리는 H 손에 이끌려 주저앉았다. 낡은, 그것도 생김이 다른 책상이 두 개. 각자의 교과서와 참고서 나부랭이들이 눈에 띈다. 기를 쓰고 공부에 매달리지 않는 그네들 성적이 늘 상위권에 속해 있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D가 서랍을 열고는 담배 한곽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넌 안피지?"
"으 으응!"
H가 익숙하게 담배 한개피를 입에 물고는 육각성냥통을 뒤진다. 겨우 찾은 온전한 성냥개비를 꺼내 부욱 그었다. 적린과 황 등이 일으키는 미세한 마찰 냄새와 함께 이내 담뱃불을 붙이는 H 턱에 수염이 거뭇거뭇했다. D가 문을 열고 바깥 동정을 살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듯 또다른 친구 A,B,C 등이 찾아와 아지트가 꽉 찼다.
박하를 섞어 이름도 그럴싸한 '수정'이라는 새 담배가 나왔다. 볼일이 있어 서울 올라온 김에 친구들을 떠올리며 샀다. 한 갑 이상 팔 수 없다는 말에 여러 가게를 돌아다녀야 했다. 내가 새 담배를 사 왔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야, 담배를 사 왔으면 이 형아한테 먼저 가져와야지."
H가 내 멱살을 윽박지르며 장난을 친다. 흡연하지 않는 내가 담배를 갖고 다닐 리도 만무하고. 저희끼리 떠들던 친구들이 우리 집에 몰려왔다. 다행히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다. 우리 방에서 담배를 피울 수는 없다. 냄새가 배면 안되므로. 안방으로 몰려갔다. '이건 담배 개비가 아주 긴데!' 원탁회의를 하듯 둥글게 앉아 한마디씩 한다. 한모금씩 연기를 깊숙이 빨아당길 때마다 딴 세상에 간다. 정신줄이 끊겨 노곤하다. 안방이 너구리굴이 되어 자욱하다.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방심했다. 문이 삐걱 열렸다. 외출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가 방문을 열었다가 기함했다. 그때만 해도 오래된 적산가옥에 살아 문을 닫으면 건너편 기척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기도 했다.
숨어 피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공공연히 어른들 앞에 담배갑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시위인가. 눈치 채지 못할 리 없다. 추운 겨울 어느 때 늦으막히 귀가했다. 술 한잔을 걸친 터여서 송구스럽다. 군불 땐 아랫목에 앉아 있는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일어서는 참에 열린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가 쏟아졌나 보다. 아버지 눈에 띌까봐 허겁지겁 주운 어머니가 내 방까지 따라와 담배를 건넨다.
"엇, 그게 왜 거기 떨어졌지?"
다음 날 아침, 아버지가 내 방에 오셨다.
"이것, 내가 피라고 둔 거냐?"
슬그머니 내민 두어 개비 담배는 어젯밤 어머니가 미처 거두지 못한 담배이다.
흡연권이 침해 받는 시기이다.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낯 찌푸리는 이들.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린 날 아침 대로변에서 용감하게 담배를 피우는 이들. 흡연자들은 그래도 자기가 세금 납부엔 일조한다며 썩소를 짓는데. 요즘엔 너도나도 전자담배를 물고 있기에 이에 대한 역학 관계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찮아도 만만찮은 담배값 때문에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올 적이면 일부러라도 면세점에 들러야 했다. 그건 담배를 끊은 지금도 마찬가지. 주변 누군가를 위해 너도나도 싼 가격으로 챙긴 담배 갖고 나온다.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차창을 열고 마구잡이로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앞차에 눈쌀을 지푸린다. 거기까지여야 하는데 불도 꺼뜨리지 않은 꽁초를 길바닥에 그냥 버린다. 잠시 후 차창을 다시 내린 운전자가 가래침을 한움큼이나 바깥에 뱉어낸다.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역겨운 행태에 화가 불같이 치민다. 커피점에 들러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에 걸리는 뭔가가 있다. 헛,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외제 담배갑. 몇 개비 뽑아 피지도 않았는데. 금방 들이닥칠 아이에게 줄까 하다가는 고개를 흔든다. 알바생을 불렀다. 담배갑을 받아쥐는 음흉한 미소가 어째 수상하다.
lshtar, Horchat hai Caliptus
Говори ми за любов!
Прошепни ми твоето име!
Погледни в очите ми!
Кажи ми името на любовта!
Кажи ми къде си сега?
Кажи ми...
не избирай мрака!
тук съм заради теб
не се страхувай аз съм тук до теб
тук и ще остана
Защото искам да съм с теб
Не ме гони Аз няма днес да си отида
Не обръщай гръб на моята любов към теб
Тук до теб ще остана
Скрита някъде във теб
Поискай сърцето ми и ще ти го дам
Поискай душата ми и ще ти я дам
После и живота ми поискай
И него ще ти дам
Защото ти си
Сърцето
Душата
Живота
Давам всичко
Искам само теб
Ще те чакам това обещавам
Ще те пазя от всичко
Дори от себе си ще те предпаза
Не ме гони аз няма да си отида
Не обръщай гръб на моята любов
Тук съм днс и ще остана
Тук съм на мястото на твоята рана
Отказвам да загубя теб
Отказвам да си тръгна аз сега
Отказвам се и ще остана
Защото искам теб сега
어머니가 젊고 아리따운 모습으로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언덕에
소박한 오두막집을 지었어요
여름이 오십 번쯤 지나자
부모님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변했어요.
오두막집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지요
허나 저 아래 요르단 강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네요
물은 여전히 고요하게 흐르고
주위 환경도 그대로예요
유칼립투스 숲과 다리, 배 들
민트 향이 물 위로 퍼지네요
유칼립투스 숲과 다리, 배 들
민트 향이 물 위로 퍼지네요
강 저쪽에서 굉음이 들렸어요
총 소리지요.
가을이 되자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요
어린 아이들은 자라서 어엿한 어른이 되고
그들 부모님이 가르쳐준 대로 다시 언덕에 오두막집을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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