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겨울 마지막

*garden 2020. 2. 19. 02:30














넌더리 날 정도로 시끄러운 옆자리
한잔 걸친 사내 한무리가 제 안방마냥 떠들어대 난장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가
얘기를 풀어내는 놈도 그래
갈라져 툭사발 같은 음성이 우선 귀에 거슬린다
저 놈 일행들은 배알도 없어
낯 간지러운 맞장구가 밑도끝도 없으니
지네 집안부터 학교와 지연까지 줄줄 꿰내
비 온 다음 무너미 계곡 물길처럼 지겹다
혀를 '끌끌' 차다가는
건너편 벽에 걸린 TV를 보았다
거기도 좌담중인 떼거리가 비잉 둘러앉아 왁자지껄하다
누군가의 말이 이어질 적마다 자극적 자막이 따라 붙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낄낄거리게 하니
이건 틀림없이 B정상적이야
그러다가 옆자리 녀석들 우르륵대는 웃음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가는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하던 걸 남이 해서 싫은 걸까
귀 막을 수 없으면 신경이라도 끊어야지
나도 한 삼사십 년간 저 짓거리로
좌중을 누르고 짓밟으며 도배하지 않았던가
시끌벅쩍한 자리를 벗어나 아파트 뒤쪽을 허적허적 돌며
오만불손한 스스로가 싫어 얼매나 진저리쳤던가
그 밤 촉촉한 봄기운 재며
몸서리치던 매화낭구
서릿빛 하현달 아래
갓난애 볼살 같은 꽃몽오리 쏭글쏭글! 뿜어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진즉 살고 싶지 않았을거야










Asatur Demirjyan,
Ca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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