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이란 늦더위에 잦아들던 매미소리가 다시 커지고, 살이의 소명을 다한 암수 고추잠자리의 느긋한 짝짓기비행이 눈에 띈다. 아열대화로 점차 잰걸음한다느니 따위의 소식에 내둘리지 않더라도 아직은 반팔옷이 어울리는 즈음. 무심코 팔 등 맨살을 긁는다. 자극이 가면 잠복해 있던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인.. 不平則鳴 2009.09.14
이 여름, 저 가을 자글거리는 초가을 볕이 저만큼 앞 아주머니가 받혀 든 꽃 무늬 양산 위에서 튄다. 어떻게 저러고선 나설 생각을 했을까? 옆에서 혀를 찬다. 아침저녁으로는 선득할 정도이고, 낮엔 양철통 안처럼 달궈진다. 간편한 겉옷을 벗어 팔에 걸었는데, 등짝이 패인 윈피스 때문에 허리 바로 위까지 골이 내려.. 不平則鳴 2009.09.08
열려라 참깨! 행동이 굼뜨면 생각마저 모자라는 것처럼 비친다. 몽상에 빠져 있는데 문이 왈칵 열렸다. 야가 뭔 생각을 구래 하노? 몇 번을 불러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하달되는 심부름. 혼자만의 생각에서 미처 깨나지 못해 미적거리자 꾸지람이 성난 벌떼처럼 달려든다. 얼릉 일어나 가잖고 뭐하노? 어깨도 좀 .. 不平則鳴 2009.08.26
길로 광안리에 가 있다는 친구 녀석, 전화기 너머 짭쪼롬한 소금끼가 배어 있다. 주변 소음 때문인지 말이 빨라진다. 휴양 인파로 흥청대는 항구도시가 싫어졌다나. 용호동 뒤편 이기대를 돌아보다가 밤 모기한테 온통 물어뜯겨 근질거린다며 투덜대고, 근방 길목에서 밀리는 차에 갇혀선 한 시간여나 걸려.. 不平則鳴 2009.08.19
소통부재 귀에 전화기를 댄다. 끊어졌다가 이어지는 송신음이 애닯다. 침을 삼키며 딱딱한 전화기를 더욱 압착한다. 여름날 물놀이 후 귀에 대는 조약돌은 얼마나 따뜻했던가. 마음에 찬 습기까지 게워내게끔. 왜 이리 받지 않아? 여러 정황을 떠올린다. 전화기 쪽으로 달려오는 중일까. 다른 전화를 받느라고, .. 不平則鳴 2009.08.07
너는 누구인가 가도가도 그 자리인 것만 같은 능선 자락. 공명의 팔진도에 들어 제자리를 맴도는 건 아닐 터인데, 어디쯤 왔을까. 인제 얼마나 남았을까. 예정한 시간 내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 엮는 갈래가 넝쿨이 되어 무성하다. 헛발을 디뎌 일순 몸의 균형을 잃었다. 전체 도정이나 구간을 굳이 .. 不平則鳴 2009.07.23
꽃을 피우는 시간 생기를 불어넣지 않으면 집은 금새 폐가가 되었다. 틈은 벌어지고 지붕이 내려앉는다. 문 손잡이나 경칩이 녹 슬어 안팎 소통을 차단했다. 마른 덤불 수북한 곳을 망촛대가 거침없이 올라 가린다. 해가 짜글짜글해 견딜 수 없는 한낮, 카메라를 들고 헤매던 남녀가 때를 훌쩍 넘기고 식당에 들어섰다. .. 不平則鳴 2009.07.14
살이라는 굴레 마주치면 토라지고 새침하여 흘기거나 뽀로통하고 가녀리며 단정하고 일면 예쁘장하던 여자애들. 어느새 세월이라는 강을 몇 겹이나 넘어서는 부끄러운 게 없다. 가까이 와선 스스름없이 안아주고 쓰다듬으며 보채지만 은연중 느낄 수 있다. 어느새 투박해진 손마디를. 이마나 눈가 자글자글한 주름.. 不平則鳴 2009.07.06
봉정암 오르는 고개 먹는 일은 중요하다. 또한 즐거워야 한다.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며 웃는 중 한쪽에서는 티브이가 왕왕댄다. 오늘 서울은 수은주가 삽십이도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더웠나 보네. 다들 얼핏설핏 듣다가 톤이 높고 빠른 기상캐스터의 말투에서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다른 나라 일처럼 무심할 수밖.. 不平則鳴 2009.07.01
쏟뜨린 국에 데어선 한낮 거리가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멕시코의 어느 마을 같다. 난무하는 백색 태양과 끊어진 인적. 바람도 없이 늘어진 가로수 아래 좌판만 덩그렇다. 토속 목걸이나 장식 걸이 등을 늘어놓은 인디오도 졸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연신 하품을 해댄다. 오묘한 잉카의 소리라는 삼뽀냐Zampon~a라도 연주하면 .. 不平則鳴 200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