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전에서 익히 아는 뉴턴의 제1법칙. 외력이 없는 한 물체가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관성慣性이라고 한다. 여기서, 습관에도 관성의 법칙은 적용될 수 있을까. 무조건 변화가 싫다면, 변화야말로 스트레스이다. 당연히 무의식의 발로에서라도 과거 상태로 남아 있으려고 하겠지.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도.. 不平則鳴 2009.06.08
흰비둘기의 현신 나무끼리 어깨에 팔을 둘러 만드는 터널. 햇빛도 들지 않는 길이 한참이나 지속된다. 가파른 등성이를 치고 오르느라 번들거리던 맨살이 촉촉해진다. 수목 짙은 향이 폐부 깊이 스며든다. 그리고 맞는 암릉,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건너다 보는 숲의 바다. 바람 손길을 따라 물결이 갈라진다. 나무는 초.. 不平則鳴 2009.06.02
얼뜨기 걸음 각본이 탄탄한, 그래서 손에 땀을 쥐며 본 영화가 불현듯 끝났을 때의 아쉬움이란. 처음부터 다시 볼 수는 없고 별수없이 일어선다. 훤한 햇살에 눈을 뜰 수 없다. 영화관 안팎이 전혀 다른 세상이니. 그 판국에 덜컥 거울 앞에 서면 한숨부터 난다. 영화 속 멋진 주인공인양 우쭐하다가 마주친 못난이.. 不平則鳴 2009.05.27
길의 부재 아따, 꿈도 드럽네. 똥통에 빠져 허우적대다 깼으니. 이른 시각이어서 여편네가 희번득 눈을 흘기고선 입을 삐죽 내민다. 에그, 하나뿐인 우리 남편 날쌀로 잃을뻔 했네. 나라도 얼릉 부르지 그랬소? 물론 불렀지. 아무리 소리쳐도 안오길래 고갤 뺐더니 님자도 옆 똥통에서 허적대고 있더만. 가만, 꿈.. 不平則鳴 2009.05.21
오름 하나 만사가 생각대로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들여다 보면, 차츰 그렇게 이뤄지는게 무미건조하고 진력이 나기도 할 게다. 월말에 나온다던 녀석이 그 다음 달로 휴가가 미뤄졌다가 아예 두어 달 뒤에나 올 수 있다나. 정수리를 감싸고 낙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와중에 그렇게라도 갇힌 시.. 햇빛마당 2009.05.20
꽃이며 길이며 말言이며 부음訃音을 받았다. 죽은이의 길 떠남은 단호하고 거침없으나 산 자의 걸음에 감기는 것은 왜 그리 많은지. 멀어도 가봐야지요. 마침 떠나는 차가 있어 오른다. 평소 마주할 기회가 드물었는데 동질감이 사람을 묶어준다. 차를 바꾸셨네요. 치하하자 이미 두어 해 전에 장만한 차라며 가속기를 꾹 밟는.. 不平則鳴 2009.05.12
가두리사랑 내처 달리던 열차가 앞발에 제동을 건다. 사람들 몸이 밀리다가 쏠렸다. 정차역에 들어설 거라고 웅얼대는 안내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부산한 일단의 무리. 알록달록 차리고 선글라스까지 챙겨든 사람들이 진작 창 밖 풍경을 살피며 선크림이나 미백화장품을 맨살에 토닥였다. 햇볕 아래.. 不平則鳴 2009.05.06
나도야 작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생각해 보세요. 예쁜 꽃을 보며 감탄하지 않았나요? 파란 하늘을 보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근사한 생각들을 담지 않았나요? 이러한 기억을 글로 표현해 두면 어떨까요. 글쓰는 재주가 있어야 한다구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 不平則鳴 2009.04.30
용돈이 필요해요 창경궁 초입에 학이 날개를 펼친 듯 처마선이 날렵한 팔작八作지붕 건물이 있다. 함인정涵仁亭인데, 영조가 장원급제한 사람들을 접견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안을 살펴보면 우물천정 사방을 돌아가며 툇간 보아지 사이 걸린 편액에서 도잠陶淵明의 사시四時 한 구절씩을 볼 수 있다. 春水滿四澤춘.. 햇빛마당 2009.04.25
어제의 오늘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을까. 무턱댄 걸음에 발은 허공을 헤집고 입은 단내를 머금었다. 그래도 주저앉아 있을 수야 없지. 별뜻없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꿈을 꾸면서 또 꿈을 꾸다니. 그것도 꿈을 꾼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자동차가 바삐 지나는지 짧게 울리는 경적 소리를 들은 듯도 하다. .. 不平則鳴 200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