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여자 넷이 수다를 떤다. 집과 아이들, 남편과 친구, 살이 주변을 천연덕스레 늘어놓는데, 한 사람씩 돌아가며 몇 순배가 되어도 천일야화처럼 얘기가 그치지 않는다. 아아, 그래. 오오, 호호..... 추임새를 넣으며 공감하고 들어주는 일행들. 비포장길을 한나절이나 달렸다. 구레나룻이 그.. 不平則鳴 2016.06.29
여름꽃 능소화 의리파인 본부장, 수틀리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허튼짓을 하거나 어물거리는 게 보이기라도 하면 얄짤없다. 부르면 지옥 끝에서라도 달려오는 추종자가 몇 있다. 그 외에는 모두 적이다. 일이 있어 본부장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이건 다른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오디오 .. 自然索引 2016.06.19
물 길 평생 출근했으면 이제 습관 들어 익숙해져야 하는데, 아직 허덕거린다면 멀었다. 길마다 자동차로 넘쳐나 몸살이다. 오늘은 이리 뛰고 내일은 저 골목으로 빠지고, 어느 때는 차라리 멀리 돌기도 하는데 여측없다. 일찍 나가야 하는 날이면 이상하게 발목 잡는 게 왜 그리 많을까. '조바심.. 不平則鳴 2016.06.15
유월 푸른 안부 돌배기쯤인 듯한 아이가 소리를 낸다. 목청도 좋지. 아마도 장래 가수가 될 거야. 무작위로 내는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질러보는 소리이다. 이어지다가 잦아들고 다시 쫓아나와 이끼 덮은 나무 등걸 사이를 떠도는 소리. 아이 옆에서 고개를 젖힌 채 눈 감은 엄마가 천천히 팔을 들었다. .. 不平則鳴 2016.06.09
지난 사랑 팥배나무를 오르내리던 곤줄박이 꽃잎 하나 물고 쫑쫑 날아갔다 방전된 것처럼 풀어헤뜨려진 한살이 널브러져서는 네 품 안에서 햇살을 즐기며 꼬박꼬박 졸았다 향기로운 관처럼 머리에 씌어져 있던 손길이 다사롭다 한때를 고대하며 웅성대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꽃이 피고지는 .. 不平則鳴 2016.05.29
자주닭개비 낮이나 밤을 가리지 않고 어마어마한 사람이 머무는 빌딩. 사람이 모이는 곳은 늘 화려하고 으리으리하기 마련. 바닥 대리석이 반들거리도록 닦기 위해 하늘색 작업복을 걸친 아주머니들이 동분서주한다. 종일 그 자리에서 인형 마냥 배꼽인사를 일삼는 안내원도 많다. 자칫 억하심정이 .. 不平則鳴 201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