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마당

다시 설

*garden 2013. 2. 8. 15:12




군밤과 오징어, 호빵과 국화빵, 찹쌀떡까지. 당신은 입에 대지도 않으시면서 안자고 기다릴 우리를 위해 손에 들려 있던, 겨울 저녁이면 떠오르는 소소한 군것질거리들. 여동생은 냉큼 아버지 품에 안기다가도 들척지근한 약주 냄새와 까칠한 턱수염에 질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게걸스레 달려들어 환호성을 냈다.

쌈빡한 맛을 즐기시는 아버지 입맛에 맞춰진 어머니 손맛. 말간 명태국이나 매콤하게 끓여내는 대구탕 등 아이들은 하등 상관없이 식사 메뉴 등 모든 게 아버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침 식사 때면 밥상 앞에 아등바등 매달린 식구들. 내색 없어도 함께하는 시간은 뿌듯하다. 행복이 별 건까. 이 시간이 명줄처럼 이어지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늘 깎은밥 반 그릇을 남겨도, 식구들 먹는 게 당신 입으로 들어가듯 웃음 짓던 어머니.
세월의 언덕을 몇 굽이나 넘어서 당신들 세상이 닫히고, 다음 우리가 세상을 열고 돌리며 결정하게 되었을 때 허망한 자리와 손아귀를 보며 느꼈을 소외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당신은 때로 가멸찬 어릴 적과 차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나 보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애꿎은 집착을 보이기도 하셨다. 형편 아니라도 외지에서 생활하는 걸 극력 반대하여 학교마저 허락치 않던 당신이 미웠다. 한편으로는 망설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떠나고 싶었지. 날개깃을 고르며 발을 굴러 보았다.
바람결을 만지며 처음으로 내가 결정하고 이를 실행하던 날, 어머니는 거실 어두운 구석에 몸을 의탁한 채 내내 코를 풀어댔다.
'야야, 가면 어데 가노? 너는 집 떠나면 안되능기라.'
'그렇다고 텁텁한 이 바닥에서 이대로 살다 죽는 것도 싫습니다.'
그렇게 서울로 가겠다며 나는 벌떡 일어섰다.













Robin Spielberg, one Last 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