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그대 수선화

*garden 2015. 10. 11. 19:38




인류는 어떻게 직립하게 되었을까. 태어나 벌떡 일어선 다음 석가처럼 사방 일곱 발자국씩 뚜벅뚜벅 걸었을까. 아닐거야, 돌 전 기어다니던 아이가 어느 때 사물을 짚고 일어서듯 그렇게 차츰 몸을 세우고는 한두 걸음씩 걷지 않았을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젓가락을 들었다가 멈칫했다. 같이 간 이가 기도를 한다. 사뭇 경건한 기도가 끝나고서야 푸른 채소 반찬을 한점 집었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국을 휘저었다. 기도를 마친 이가 미안스러운지 변명을 할 듯하다가는 밥을 먹으며 종교와 믿음에 대해 조심스레 얘기한다. 저번 추석에 내려갔더니 기독교에 심취한 제수씨는 틈만 나면 다가와 전도를 했다. '이건 아닌데.....' 싶어 마음 한쪽에선 브레이크를 거는데 막지 못했다. 말이 길게 이어지다가 어쩔 수 없이 창조론까지 듣게 되었다. 과학을 전공한 이들도 기꺼이 신을 믿는다고 한다. 출생이 바닷가라고 했다. 문물을 일찍 받아들여서인지 기왕에 접해 삼대째 이어진다고 한다. 가늠하기 어렵지만 고향 사람들이 깨어있는 축이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종내 얘기가 천국과 지옥까지 이어졌다.
수선화처럼 고운 황 선생. 성이 그래서이기도 하겠지만 어릴 적엔 황새라고 놀림 받았을 게다. 키가 여자로서는 큰 일백팔십센티에 육박하니 오죽할까. 늘 아픈지 한손을 허리께에 대고 미간을 찌푸린다. 필요에 의해 걸어다니게 되면서부터 겪는 척추에 대한 통증이라든지, 발목이나 무릎에 주어지는 과도한 하중 등의 부작용이 있어도 우리는 다시 네발로 기어다닐 엄두조차 하지 않는다. 아예 더욱 꼿꼿이 키를 세우고 멀리 보며 밤낮 없이 걷고 뛰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게 삶이라며, 나는 오늘도 떠나기를 갈망하여 일어나서는 부리나케 서울역으로 달려갔다. 육중한 대우빌딩 틈을 비집고 아침 햇살이 쫓아왔다. 몸이 부자연스런 장애우가 소반에 무언가 받혀들고 내 앞을 간다. 걸음이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뻣뻣하다. 별 생각 없이 뒤따르는데 그이가 갑자기 돌아서는 바람에 부닥칠 뻔했다. 멈추어 시선을 준다. 뒤편으로 돌아간 이가 다닥다닥 붙은 빌딩 좁은 계단을 오른다. 굽혀지지 않는 한쪽 무릎 때문에 걸음걸이가 사뭇 위태하다. 이제 나야말로 어린아이 같은 심정이 되었다.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가 지하 복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는 노숙을 일삼아 여기저기 일어나지 못하고 복도에 딩구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제와 달리 부쩍 차가운 바깥과는 아랑곳없이 어떤 이는 드러낸 맨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가릴 게 거적때기 뿐이어서 표면적이 가장 작아지게 몸통을 말았다. 여기서 시간은 의미 없다. 아아,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새털구름처럼 훨훨 떠다니고 싶은 마음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엄주환 곡, 그대 수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