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그렇게

*garden 2017. 5. 30. 07:25





세계 바둑 랭킹 일위 커제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화제이다. 인간이 만든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흔히 바둑을 두는 이들이 이르는 말이 있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단순하게 돌을 놓아 집 짓는 놀이를 떠나 치밀한 수읽기와 인내, 절제와 제압, 공격과 방어, 대결이 어우러져 판이 지나고보면 기승전결이 한눈에 드러난다.
나는 산행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도가도 이어지는 산길. 끝난 듯하면서도 돌아가고 굽이치는 길이 계속되어 지치면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다. 급격하게 흘러내린 내리막에서 허덕거리며 올라오던 이가 다급하게 묻는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조금만 힘내서 가시면 정상입니다."
비탈로 꺾인 바윗길. 내가 내려가는 바람에 바위를 붙잡고 비켜 서있는 여성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데이!"
"힘드신가 봐요."
"네에."
"괜히 왔다 싶지요?"
"아이라예. 힘들고 지치지만 정말 잘왔네예!"
이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 환하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마주 보는 얼굴 가득 배인 기쁨이 보인다. 지나온 길을 일러주고, 내려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바람이 불어온다.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바위 틈새 기를 쓰고 쫓아나온 꽃들이 머리를 까닥거렸다. 굽이쳐 오르는 고개를 넘고 또 넘어 지나온 길을 돌아다보았다. 간신히 한 고개 넘었다 싶으면 하늘을 찌르는 고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곳. 공룡능선에서 한 생을 마쳤다.
다음 우리 치열한 생은 또 어느 능선에서 맞이할건가.









Wayne Gratz, Norwegian 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