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희망숲

*garden 2019. 1. 25. 23:16




















갓난 아기를 품에 안고 온 지아비는, 숲 정령 같은 아름드리 고목 아래 핏덩이를 내려두고 줄행랑쳤다. 악을 쓰며 울어대는 소리가 내내 뒤따라오며 '앵앵'거렸지만 몇날 며칠 못 먹은 제 마누라 퀭한 눈자위와 축 늘어진 젖가슴을 떠올리며, 눈 감고 귀 막고 쫓아 내려갔다. 어스름에 혼자인 그 모습을 보고, 새벽 나절 없어진 아비 어머니는, 낼모레가 환갑인데 끝끝내 돌아올 줄 몰랐다.

하늘 덮은 가지 울창한 나무가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웃었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를 찾아 할미는 아름드리 아래서 자장가를 불러 주었을까.
시오리를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숲에 눈이 내렸다. 길과 숲을 지우며, 살과 핏기 지운 채 뼈대만 남은 나무를 덮어 겨울 향기 내뿜는 모습을 봐도 무덤덤했다. 어쩌면 아기 울음 보듬던 할미 앙상한 손아귀를 혀로 핥던 꽃사슴 같은 물줄기 소리 드높아지면, 우리 이 숲에 찾아들어 야광나무, 아그배나무 들 하얀 꽃잎 떠내려가는 환한 세상 볼 날 있을거야.






Krena Loeffen, Water Casc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