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겨우살이

*garden 2016. 1. 29. 23:14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원칙 신봉자들. 한낮 반팔차림으로 다녔다는 둥 길섶 철쭉이 꽃 피운 것을 봤다면서, 오래 전 문고리에 맨손이 달라붙던 기억을 꺼내는 친구가 있다. 자동차 타이어 대리점을 크게 하던 영석이는, 진작 스노우타이어를 잔뜩 확보해 두었다가 눈이 거의 없던 그해 겨울 말아먹었다는 얘기를 읊조리며 소주를 벌컥 들이켰다. 날씨가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큰 때문인가. 걱정거리를 끊임없이 되뇌인다. 추워도 날이 풀려도, 눈이 와도 안와도 얘깃거리이다.
그러다가 추워졌는데 설마 했지. 북극에서 내려온 냉기가 비로소 겨울왕국 문을 열었다. 약속장소에 오지 않아 뒤늦게야 연락이 닿은 은둔폐쇄형의 경준이는 동파된 수도관을 수리중이라고 더듬거린다. 아닌 게 아니라 평소 같으면 북적여야 할 거리가 텅 비었다. 싸아한 볼을 쓰다듬었다. 망연자실 서서 알알한 북풍을 맞았는데, 추운 게 냉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르게 나와도 더딘 출근길. 구름 안에서 해가 꾸물거리는 동안 새벽 댓바람에 쫓아나온 차들이 으르릉대며 길을 메우고 배기가스를 내뿜었다. 방심한 사이 슬쩍 끼어든 차가 밉다.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에 손을 올렸다가 참았다. 차량 번호판 숫자가 가물가물한 너의 전화번호이지 않은가.












Emilio Mejia Luarca / Los Sue Nos De E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