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索引 220

향기나는 벚나무

- 바람이 부드러워졌어. 새 세상이 시작된 거야. 이제 우리가 나가야 할 때야. 자칫 늦으면 안돼. 저런, 넌 왜 얼굴이 그렇게 부었니? 쟤 좀 봐, 아직 잠이 덜깬듯 눈을 반쯤 감고 있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손 잡고 나가야 하는 것 알지? 다 함께 외쳐봐. 내일을 위해! 오늘 점심 메뉴는 새싹비빔밥이다. 아기 볼살을 스친 건가. 깨끔한 맛이 입 안에서 돌아다닌다. 혀를 굴리며 한입 씹었다. 머리 속을 울리는 풍미. 여린 맛을 음미하듯 눈이 게슴츠레하던 맞은편 동료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머, 이 집에 테라스도 있었네. 바깥 탁자에서 먹을 걸 그랬나 봐요." "여기도 괜찮아요. 사람들 얘기와 바깥 세상이 한데 어울리니." "그나저나 어느새 봄이 사방에 내려앉았을까! 저기 벚..

自然索引 2022.05.04

탱자나무

중죄인에 대한 유배형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가 있다. 귀양지 집 둘레를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로 돌리고 안에 가두는 방식이다. 실제로, 가시나무로 처마까지 둘러 햇빛을 가리니 백주대낮에도 어두컴컴해 하늘을 쳐다보면 마치 우물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 했다. 이를 익히 아는 이들이 그 속을 '산무덤'과 다름없다고 하였다. 금성대군은 세종대왕 여섯째 아들이다. 형인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자 이에 반대하여 사육신과 함께 '단종 복위' 운동을 공모하였다는 죄명으로 소수서원 옆 순흥부 내죽리에 '위리안치'되었다. 하지만 금성대군은 순흥부사 이보흠과 순흥 안씨 등과 연합하여 단종 복위를 위한 군사를 모으고 훈련을 시키던 중 관노의 밀고로 발각되었다. 금성대군은 물론, 수백 년을 순흥에서 집성촌을..

自然索引 2021.04.29

좀작살나무

줄기찬 비에도 어쩔 수 없다. 진작 약속을 했기에 북한산 입구에 도착했다. 너도나도 우중산행은 싫다. 의논 끝에 적당한 식당을 빌린다. 물소리 시원한 냇가 옆에서 고기를 굽고, 이런저런 유희 끝에 이차를 가기로 했다. 몰려다니는 게 싫어 슬쩍 빠졌더니 손전화가 계속 울린다. 그러거나말거나 핑게를 댄다. 유유자적하는데 어랏, 눈길 끄는 좀작살나무군..... 작살나무는 줄기가 뻗은 모양이 작살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8월에 피는데 연한 자주색으로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열매는 비취빛 띤 자주색으로 매우 아름답다. 공해에 잘 견디지만 도로변 같은 곳에서는 살기 어렵다. 건조하면서 물이 잘 빠지는 곳이 좋으며, 추위에 강하고, 음지에는 약하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작살나무는 낙엽성 관목류가 대부분이며 작살..

自然索引 2020.08.11

노랑어리연꽃 및 생이가래

'노랑어리연꽃(water-fringe)'은 중남부지방 연못, 늪, 도랑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초본의 수생식물이다. 잎자루가 길어 물 위로 뜨는 잎자루는 지름 5~10cm 정도의 달걀 모양 또는 원형으로 아랫부분이 옆으로 갈라진다. 7~9월에 개화하며 버팀줄기에 달린 꽃은 황색이다. 꽃말은 '수면의 요정'이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잎을 식용하기도 한다. '생이가래'는 호수, 저수지, 연못 등 물에 떠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전체 길이가 7~10cm로, 줄기는 가늘게 수면 위로 뻗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이 갈라지지 않고 물에 떠 있어 네가래와 구분된다. 중금속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데 뛰어난 환경정화 식물로 각광받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나들이를 갔다. 친구들과. 텁텁하여..

自然索引 2020.07.27

치자나무

읍내 한귀퉁이에 있는 후배 집에 들렀다. 사람이 드문 소로에서, 어쩌다 만나는 이들 눈이 나에게 머물러 어리둥절하다가 후배에게서 웃음을 머금는다. 오후 툇마루에서 노란 햇살받이를 하던 누이가 수줍게 맞는다. 상을 물리고 누이가 툇마루에 놓인 화분을 옮긴다. "이런 일은 마땅히 사내가 해야지." 누이를 물리치고 내가 팔을 걷어붙였다. 장독대 앞 바닥이 고르지 않아 화분이 삐뚤빼뚤 놓였다. 개중 하얀 꽃을 달고 있는 치자나무에 코를 대고 눈을 감았다 치자나무 화분을 사 왔다. 치자나무는 시름거리더니 지극정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기를 지웠다. 화초 키우기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가 고집하여 치자나무를 다시 집에 들여다 놓지만 이게 여간 까다롭지 않다. 치자나무는 늘푸른나무로, 6~7월 유백색 꽃이 핀다. 반그늘진..

自然索引 2020.07.15

무화과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이다. 과연 꽃 없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무화과 꽃은 꽃받침과 꽃자루가 길쭉한 주머니처럼 굵어지면서 속에 잠겨 윗부분만 조금 열린다. 변형된 주머니 안에 갇혀 꽃가루가 바람에 날릴 수 없을 뿐더러 벌이나 나비를 부를 수도 없다. 하지만 무화과는 번식을 위해 무화과좀벌이란 자가전용 곤충을 주머니 안으로 불러들인다. 영양분을 먹으며 자란 좀벌 암컷은 열매가 익을 때쯤 세상 밖으로 나온다. 종족보존만이 지상최대의 과제인 수컷은 오직 짝짓기를 위한 생식기만 발달되어 있으며, 주머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반면 암컷은 무화과를 옮겨 다니며 여러 수컷과 짝짓기하고 알을 낳는다. 이 과정에서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다. 주머니 속에 사랑 행위가 자기네들끼리만 은밀하게..

自然索引 2020.07.05

도둑놈의갈고리

눈 크게 뜨고 들여다 보면 순박하면서도 고운 어마무시의 아름다운 세계이다. 허나 저리 나타낸 건 생태사진으로 젬병이다. 앞쪽 포스팅을 보니 한참 전에 찍은 사진이다. 거기에 위와 아래 사진을 찍은 시기가 전혀 다르다. 헌데 아래 사진을 '이삭여뀌'라고 표기해 놓았다. 그건 잘못 동정한 것이다. 하여 정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식물은 대개 꽃이 피어야 판별이 쉽다. 그렇더라도 그 시기를 맞히기 힘들 뿐더러 '도둑놈의갈고리'는 매우 작은 꽃이어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쩌면 이름마저 괴상하다. 반의적으로 더듬다 보면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가. 음악은 뻔하지만 건반악기의 협연과 오슬로 태생인 Aage Kvalbein의 은근한 첼로 연주가 의외로 좋다. '도둑놈의갈고리'는 쌍떡잎식물강 장미목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

自然索引 2020.06.30

돌양지꽃

여긴 바람도 거칠 것 없는 고산 준봉 정상 자양분이어야 할 토양 한줌 없는 바위 틈 볕쬐기하며 조잘대던 꽃들이 낯선 인기척에 입을 다물었다 양지꽃은 이름 그대로 양지를 좋아한다. 햇볕 환한 자리에서 꽃이 길게는 4개월 가량이나 핀다. 또, 생명력이 강해 줄기가 끊어져도 그곳에 뿌리를 내려 새순이 돋아난다. 범의귀과의 돌양지꽃은 양지꽃과 거의 같지만 키가 20㎝로, 30~50㎝인 양지꽃보다 작다. 봄을 지나 6~7월이 되어야 꽃이 핀다. 여러해살이풀로, 높은 산 바위 틈에서 자란다. 마지막 사진은 소나무 아래서 자란 노린재나무꽃이다.

自然索引 2020.06.29

산딸나무

비 오고 흐린 날로 시작한 유월. 벌써 뜨거워 땡볕 아래 서면 신음성이 절로 난다. 몇해 전 이맘때쯤, 웃으면 눈이 초승달처럼 곱게 감기는 숲님과 왔었지. 저 아랫동네와 다르게 푸르며 청량한 기운으로 가득한 북한산 계곡. 바위 어림쯤 자리잡아 차를 마시고, 담소도 나누며 한나절 계곡 물에 발을 담궈 휘젓지 않았던가. 가만, 그러고 보니 그 전 장 소장과도 찾아왔었다. 웅장한 바윗덩어리인 노적봉과 백운대 아래, 위압감을 주는 만경대도 저만큼 볼 수 있는 자리. 더욱 솔깃한 건 계곡을 덮은 아름드리 산딸나무가 그야말로 꽃을 만개시켜 세상을 밝히는 곳이다. 산딸나무 새하얀 꽃은 초록 나뭇잎에 얹혀, 바람 불면 날아오를 듯 하늘거려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산딸나무는 마주보기로 붙어 있는 꽃이 수백수천 개로 ..

自然索引 2020.06.12

토끼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목 하나. 꿀벌이 제우스 신에게 독 있는 풀이 많아 좋은 꿀이 있는 꽃을 찾기 힘드니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 드렸다. 이에 제우스가 커다란 붓으로 흰 물감을 그렸다. 클로버에 흰 동그라미가 생긴 연유다. 우리 나라에서는 토끼가 잘 먹는다고 해서 '토끼풀'이라 한다. 토끼풀은 줄기로 번식하지만 다른 쌍떡잎식물처럼 씨앗으로도 번식한다. 들이나 하천변, 밭둑 등 어디에서나 쉽게 자란다. 일반 토끼풀보다 크고 붉은색 꽃을 피우는 개체는 '붉은토끼풀'이라는 종이다. 붉은토끼풀은 꽃 색깔과 크기가 차이날 뿐 토끼풀과 비슷하지만 학명은 다르다. 토끼풀 잎은 대부분 세 개이지만 간혹 네~여섯 개가 발견되기도 한다. 네잎 토끼풀은 돌연변이로 일반적으로 세잎 클로버가 가득한 풀밭에 이질적..

自然索引 20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