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챙긴다. 현관에 들어서던 아이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어디 가시려나 봐요." "이번에 무주에 다녀오마." "장마철이 시작되어 비가 온다는데 괜찮을까요?" "글쎄, 와도 좋고, 오지 않아도 좋지." 일행과 함께하는 숲길을 떠올렸다. 서성이며 에둘러 돌아가는 건 어떨까. 가는 길에 누구라도 불러내 볼까. 두어 군데 연락했더니 반색하는 바람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헌데 시간을 조정하기가 여의치 않다. 얼결에 잡은 약속이 버겁다. 온전히 계획한 여행만 해야 하는 것을. 이도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보고픈 이들이 많아진 탓인지도 몰라. 결국 출발 전날 곁가지로 잡은 약속들을 취소했다. 일정을 말살시키자 뾰로통한 표정들이 보인다. 그 댓가를 어떻게 치뤄야 할까. 뾰족한 목소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