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읍 시장. 가는 날이 장날이다. 북새통에 일행과 뿔뿔히 헤어졌다. 구경도 일거리여서 출출하다. 발품 끝에 한참만에야 모였다. 의견을 모을 것도 없이 뒷골목 밥집으로 몰려간다. 난전에 앉아 음식을 시킨다. 나는 다른 일행과 함께 두부전골을 골랐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 너도나도 약속한 듯 수저를 챙겨들었다. 마침내 식탁으로 날라져 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 거기에 사방 시끌벅쩍한 분위기가 한 생을 대변할 만했다.
두부전골 맛이 익숙하다. 어릴 적 어쩌다 먹던 그 맛이다. 어섯하게 썬 대파와 큰 멸치 만으로 매콤하고 짭쪼롬하게 끓인 기억속 옛맛이라니. 하지만 맛의 비밀이 새는 순간 여기저기서 침범한 숟가락들이 두부전골을 남김없이 해치웠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누군가가 떠오르고, 어떤 곳에 가면 거기 함께하던 이가 그리워진다.
J선배는 Sil Austin의 'Stranger on The Shore'를 들으면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 그때야말로 나는 다른 세상을 꿈꾸었다. 눈에 들어오기만 하면 재빠르게 쫓아나가기 위해 틈을 보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런 내 옷깃을 잡아 주저앉힌다.
"얘얘, 이 노래 넘 좋지 않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지만 내 입은 찢어지라 하품을 해댄 다음 눈물을 찔끔거렸다.
또다른 누구는 'Over the rainbow'를 들을 때마다 좋다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언질을 준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수긍 못하는 내 표정을 눈치채지 않았을까. 결론은 느린 템포에 질색할 따름이다.
연기력을 평한 이름난 기자가 'oz의 마법사' 도로시 역을 맡았던 주디 갈란트를 손가락 꼽던 기사를 떠올리면서. 그런 나도, 현지 사람들이 'Iz'라는 독립어로 부르는 하와이의 전설적 가수이자 독립운동가인 'Israel Kamakawiwo'ole'의 Over the rainbow는 굉장히 좋아한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무지개 너머 어디인가, 저 높은 곳에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자장가에서 듣던 나라가 있다지.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무지개 너머 어디인가, 하늘은 푸르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네가 꿈꾸던 일이 정말 실현된다면.
Someday I'll wish upon a star
어느 날 별에게 소원을 빌 거야.
And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
구름이 사라져버린 그곳에서 잠을 깰거야.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걱정이 레몬 사탕처럼 녹아 없어지는 곳
Away above the chimney tops
저기 굴뚝 꼭대기 위
That's where you'll find me.
그곳에서 나를 발견하게 될거야.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 birds fly,
무지개 너머 어딘가, 파랑새가 날고
Birds fly over the rainbow,
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 다닐테지
Why then, oh why can’t I?
나라고 그렇게 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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