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짤짤짤'거리는 가위질 소리가 요란한 걸 보니 엿장수가 왔나 보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구닥다리 고물이라도 찾아서 나가야 할텐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엿장수는 헤진 벙거지를 비뚜름하게 쓰고, 신 나는 가위질 중에 리어카에 달아놓은 낡은 북도 한번씩 두드린다. 엿장수를 따르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건너편 골목 복순이는 갓난 동생을 들쳐업고서는 무리에 섞여 있다. 한갓진 신작로가 난전처럼 와글거린다. 익살스런 웃음을 짓던 엿장수. 한쪽 다리를 휙! 쳐들었다. 고무신이 까마득하게 솟았다가 저만큼 떨어졌다. 아이들이 벼락같이 쫓아갔는데, 그 중 한 녀석이 잽싸게 고무신을 주워왔다. 흡족한 표정으로 엿판에 두툼한 끌을 맞춰 가위로 '툭툭!' 치는 엿장수. 달콤한 당 냄새에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다시 신발을 던지지 않을까. 진작 예측하고 가 있을래도, 능청스런 엿장수는 예정한 아이들을 벌떼처럼 모았으므로 더 이상 신발을 허공으로 걷어차는 개구진 연출을 하지 않는다.
'Radetzky March'는 음악 자체에서 풍기는 경쾌하고 힘찬 분위기도 한몫한다. 허나 분명코 빈이 '라데츠키 행진곡'을 선호하는 이유는 과거 오스트리아 영토이던 북부 이탈리아의 해방을 막아낸 요제프 라데츠키 장군 이름을 딴 제목이기 때문이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슈트라우스에 비해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반대 입장에서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행진곡 풍 리듬으로 시작하는 곡은 북 소리와 더불어 악기 전체가 꽉 채워져 연주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매우 흥겹다. 도중 관악기와 타악기가 주고받듯 하다가는 함께 일정하게 행진곡 리듬을 연주하여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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