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一音

Philip Riley & Jayne Elleson, When I Dream

*garden 2020. 3. 2. 05:19








Philip Riley & Jayne Elleson, When I Dream







이어지는 겨울 가뭄. 다들 건조한 대기를 느낀다. 기침을 뱉다가 여지껏 매달려 있는 마른 나뭇잎들을 올려다 보았다. 각박하다. 무분별한 때이기도 하고. 가을인듯 겨울이고, 겨울인듯 봄이 순환하는 간절기. 그 통로를 지나는 나 역시 마찬가지. 살아있는 듯 살아있지 않고, 생기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동작이나 동선이 크지 않다. 침잠한 채 주변 관계를 과감하게 끊어버려 세상일에 무관한 듯 나오지 않았다.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만나면 목청부터 높이는 친구들에게서도 야멸차게 돌아섰다. 얽어맨 주변 삶의 끄나풀이 끈질기기도 하다. 그래도 소식이 궁금하다는 전화를 몇 통 받았지만 웬간하면 심드렁했다. '더 살아서 무얼하나' 싶은 생각을 하루 열두 번씩이나 품었다. 건너뛰면 잡힐 듯한 해결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사악한 웃음 머금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게 작년 이맘때이다.
다들 기다리는 봄이 내겐 의미가 없다. 뭔가 마음을 욱죄는 일이 나를 짓눌러 칩거하도록 만든다. 허다보니 사는 일도 건성이다. 하마나 작년에는 간혹 바깥을 내다보기는 했다. 눈에 띄는 새로운 날의 심상을 담곤 했다. 뾰족한 봄, 노란 봄, 새콤한 봄, 아름다운 봄 들을 그대에게 전해주려고 다짐도 했다. 허나 인제 그럴 필요도 없다.
서울에서 봄이 가장 일찍 오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강남 서래마을과 고속버스터미널 사이이다. 옹벽에 늘어진 가지, 한겨울내 우중충한 그늘만 드리워 눈길 가지 않던 곳에 매달린 보석들. 종일토록 끊이지 않는 자동차 열기 때문일게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다들 피폐한 마음을 어루만지듯 봄을 알려주는 개나리가 피었다. 과연 봄인가!










Philip Riley는 영국 출신으로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뉴에이지 아티스트이다. 그의 음악은 은은히 퍼지는 향기와 영롱한 색채가 이루어내는 매혹적인 뉴에이지 장르 음악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또한, Philip Riley의 음악적 동반자인 Jayne Elleson의 환상적인 보컬과 Gary Taylor의 멋진 일렉트릭 기타 연주 또한 감칠맛나는 향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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