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로 접어드는 반포. 사람 사는 곳과 엄연히 구분한 방음벽을 차지한 무성한 담쟁이. 수많은 잎을 끌고 벽을 넘는다. 지금은 초록이 성한 계절. 그 사이마다 주황색 여름나팔이 삐죽삐죽하다. "보기 좋아요. 저게 무슨 꽃이에요?" "능소화네." 꽃 이름을 듣는 아이 눈이 반짝인다. 아무렇지 않은 듯해도 가끔 속이 화끈하다. 심심하면 이는 불길을 끄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뜻대로이지 않을 적마다 세상 구석구석을 날아다니고 싶을 게다. 줄줄이 내려온 꽃이 하늘거린다. 사연이 있음직한 이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어느 때 안동에서 '원이 엄마 편지'가 발굴되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 관에 아내가 써 넣은 것이다.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도 발견되었다. 이 애틋하고 절절한 양반가 부부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