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오래된 마을 한쪽에서 장작처럼 붉게 타올랐다가 한잔 술에 쓰러져 어둠에 묻혔다 발 아래 철썩이는 파도소리 절벽처럼 아슬한 간이침대 받침이 낯설어 한낮 더위에 해제된 온몸 신경들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초생달처럼 구부러져 삐걱거리다가 새벽 한기에 재채기를 연속으로 뱉었다. 그래, 여름은 갔어 누가 뭐래도 가을이야! 어느 때인가 가을을 꿈꾸었을 슬픈 두 눈을 떠올렸다 그 가을과 다르겠지만 주어진 가을을 기꺼이 받아들여야지 십일 월엔 마구 뛰어다니겠다고 다짐했다, 내 굳건한 두 다리로 행장도 넓히리라고 작정했다, 생각 갈래들로 그때마다 덧채워야지 늘어진 오후 햇빛을 느긋하게 받으며 내 행동에 대해 실망스러웠던 까닭도 따져봐야지 익숙한 이들과 강화도에서 만났다 깨나는 갈무리된 시간들 까칠하고 메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