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선 장롱 안에 숨 죽이고 있던 어머니의 남빛 공단 치마저고리. 그 옷감처럼 푸르고 평온하던 지난 봄날 바다. 치즈가 녹아내리듯 양광이 넘쳐 흘렀다. 미동도 않는 물결 위에서 고깃배도 어쩌지 못해 정지한 풍경을 떠올렸는데. 동료들과 어울려 떠들썩하니 퍼붓던 어젯밤 술자리는 숙소인 쏠비치까지 이.. 不平則鳴 2009.10.07
늘 이 길에 길을 잃었다. 지나온 길이 낯설어 그대로 가면 안될 것처럼 혼란스럽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볼 참인데, 황량한 바람만 오가는 읍 구석 어디 인적이 있어야 말이지. 단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키재기를 하는 곳. 블록 담 허물어진 틈에 지난 여름 무성하던 호박 넝쿨이 질긴 섬유질만 걸치고 사그라.. 不平則鳴 200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