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하기. 미워하기 시작하면 마음속 날이 세워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속이 좁았나,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을 정도라니. 어이가 없어 자책하다가도 끝내 이를 갈았다. 표적을 정하고 미워하는 저주를 날리는 것은 나에 대한 폐단이며 영혼을 갉아먹는, 죽어야만 끊어질 수 있는 나쁜 행태이다. 모임에서 우연히 짝이 된 후배가 있었다. 단지 나와 이어졌을 뿐이지 별 상관없는 사람이어서 관계가 중요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별도로 이야기를 나눌 만한 계제도 없다. 모임을 파하고 돌아온 다음에 맡겨 둔 내 소유물이 생각났다. 문자로 '나중 기회가 되면 그걸 달라' 고 요청했는데, 며칠간 아무 대꾸 없더니 전혀 모르는 이처럼 문자를 보낸다. '기억이 없으니 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중요한 물건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