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곤지로 단장한 이모, 눈자위가 발갛다 어젯밤 소쩍새 울음 잦아들 때까지 흐릿한 호롱불 너머 소곤거리더라니 괜히 밉기 만한 이모부 될 이가 사모관대를 만지며 불콰한 목소리를 낸다 지가 호강시킨다고는 몬하지만 걱정일랑 않게 하겠심더 조막 만한 당나귀 타고 우쭐대며 세상을 얻은 듯 신 난 신랑 늙으신 어미애비 두고 떠나며 노심초사하는 신부는 꽃가마 안에서 옷고름만 꼭 쥐었다 떠들썩한 사람들을 헤치고 이미 동구 밖까지 나간 행렬 미운 심보로 올라선 배롱나무 위에서 발을 구르는데 간지럽다며 숨 넘어가는 나무마다 뜨거워진 속내 감추듯 붉디붉은 꽃구름 내려 매미소리 여릿한 한여름 오후를 밝혔다 Sergey Grischuk, Rain...Rain(А дождь всё льё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