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고 흐린 날로 시작한 유월. 벌써 뜨거워 땡볕 아래 서면 신음성이 절로 난다. 몇해 전 이맘때쯤, 웃으면 눈이 초승달처럼 곱게 감기는 숲님과 왔었지. 저 아랫동네와 다르게 푸르며 청량한 기운으로 가득한 북한산 계곡. 바위 어림쯤 자리잡아 차를 마시고, 담소도 나누며 한나절 계곡 물에 발을 담궈 휘젓지 않았던가. 가만, 그러고 보니 그 전 장 소장과도 찾아왔었다. 웅장한 바윗덩어리인 노적봉과 백운대 아래, 위압감을 주는 만경대도 저만큼 볼 수 있는 자리. 더욱 솔깃한 건 계곡을 덮은 아름드리 산딸나무가 그야말로 꽃을 만개시켜 세상을 밝히는 곳이다. 산딸나무 새하얀 꽃은 초록 나뭇잎에 얹혀, 바람 불면 날아오를 듯 하늘거려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산딸나무는 마주보기로 붙어 있는 꽃이 수백수천 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