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가 어린 아이 울음으로 이어지던 밤. 보호막처럼 이불을 두르고 손을 모았다. 아무 일 없이 새 아침을 보게 해달라고. 예전 그 밤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걸음을 뗀다. 하얀 눈밭 위 길이 흩뜨러지지 않을까 싶어 가끔 뒤돌아보았다. 한나절을 넘게 걸었건만 끝없이 이어지는 길. 그 발자국이 어느 순간 삐뚤빼뚤하다는 사실이 서럽기도 하다. 한 그루터기에서 자라 산지사방으로 벋어간 나무 앞에서 멈추었다. 하늘을 향해 풍성하게 벋은 가지며 물을 찾아 전초병처럼 헤맨 뿌리와 길게 늘어뜨린 또 하나의 자각. 이 몸짓 모두가 삶을 위한 것이었던가. 조금씩 느껴지는 바람소리를 들으려고 귀 기울였다. 나뭇가지에 앉았던 눈이 후드득 떨어진다. 아직도 열리지 않은 내 새 아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