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늘 떠올리다가도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막막한 탓입니다. 세월이 흐르는 물 같아서 자칫 함께 흐를 뻔합니다. 구월이 막바지에 다달았습니다. 가을 시작이 가을 끝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만큼 짧게 여겨질 가을. 마음은 이미 겨울 속으로 들어가는지도. 어쩌면 편지도 더 이상 쓸 수 없을겁니다. 넋두리를 풀어놓을 공간을 'DAUM'에서 없애겠다네요. 오랜 시간 이어온 삶의 흔적을 깡그리 떨어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쉬운 말로 '이번 생은 글렀어.' 하며 다음 생을 각오하지만 그 또한 내가 원하는 생으로 다가들까요. 글러버린 생이 다시 글러버려지고 그렇게 되풀이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공간 속에 흩어져버릴 삶의 기억처럼 아무것도 아닌 생에 어찌 그리 집착하고 있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