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한귀퉁이에 있는 후배 집에 들렀다. 사람이 드문 소로에서, 어쩌다 만나는 이들 눈이 나에게 머물러 어리둥절하다가 후배에게서 웃음을 머금는다. 오후 툇마루에서 노란 햇살받이를 하던 누이가 수줍게 맞는다. 상을 물리고 누이가 툇마루에 놓인 화분을 옮긴다. "이런 일은 마땅히 사내가 해야지." 누이를 물리치고 내가 팔을 걷어붙였다. 장독대 앞 바닥이 고르지 않아 화분이 삐뚤빼뚤 놓였다. 개중 하얀 꽃을 달고 있는 치자나무에 코를 대고 눈을 감았다 치자나무 화분을 사 왔다. 치자나무는 시름거리더니 지극정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기를 지웠다. 화초 키우기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가 고집하여 치자나무를 다시 집에 들여다 놓지만 이게 여간 까다롭지 않다. 치자나무는 늘푸른나무로, 6~7월 유백색 꽃이 핀다. 반그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