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훨훨 떠다닐 수 있다면 어떨까. 걷는 중에 발을 잽싸게 놀리거나 발바닥이 땅에 닿는 면적과 시간을 가급적 줄인다면. 물고기가 유영하듯 허공을 답보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만 애초에 그건 불가능하다. 이곳이 엄연한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별인 데에야. 햇살처럼 너울거리고 싶은 마음은 꿈이다. 꿈 속을 더듬듯 초가을을 이고 가는 길. 이슬에 젖어 고개 숙인 꽃이 반짝인다. 가만히 앉아 눈을 맞추었다. 바람이 스쳐지난다. 꽃이 흔들린다. 콧잔등에 맺힌 땀을 훔쳤다. 초롱한 꽃을 들여다보는 내내 미안하다. 삿된 마음 한쪽을 떨쳐내지 못해 한숨을 내쉬었다. 별과 우주가 이럴까.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을 쫓기라도 하듯 지나는 이가 뭉툭한 소리로 설핏 간섭한다.
'거기 뭐가 있습니까!'
별과 꽃과 나무 이야기를 바람이 갈곶리 목줄을 죈 시간만큼 새기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 별의 시간과 꽃의 시간이 달라도 아주 달라 이건, 당최 비견할 수 없으므로.
David London, Memories Of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