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우리가 견뎌내는 그것

*garden 2014. 2. 19. 09:43




쟁이가 득시글대는 시대. 저마다 자기 좋은 대로 산다면 썩 괜찮지 않은가. 풍각을 울리기 위해 애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소리를 다듬어 내려는 이도 있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자기 세상을 만들기에 은연중 존경스럽기도 하다. 업무상 주변에 글쟁이나 그림쟁이가 많은데 그 중 프리랜서인 코오 선생. 새파란 시절에 만화쟁이로 나서 자기 길을 개척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와 죽이 맞아 술도 즐겨 마시며, 모임도 곧잘 가진 지 삼십 년이 가까워 이제 상대 눈빛만 봐도 뭘 하려는지 알게 되었다. 만화를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 셀마 라게를뢰프의 '닐스의 모험'을 코오 선생이 각색하여 그린 어린이만화를 재미있게 본 적 있다. 그 사이사이에 숨은 위트라든지 새삼 아이들 눈길을 끄는 아기자기한 그림에 빠졌다. 그러다보니 나중 내가 책이라도 내게 된다면 필요한 삽화를 기꺼이 부탁하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도 하게 되었다.
사람 사이가 만나서는 늘 깍듯하고 떨어지면 애틋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는 바람 뿐. 쫓기듯 일을 해서 종종 코오 선생을 전속처럼 부려먹기 일쑤다. 만화가 필요하면 밤 늦어도 쫓고, 삽화가 필요하면 자는 데도 불러내고, 표지 그림이 필요하면 닥달해서라도 그려오게 했다. 물론 부탁을 들어주는 만큼 양껏 술도 산다. 그게 지나쳐 난처한 지경을 부르기도 한다. 기분 좋게 취하는 거야 좋은데, 한잔 술이 고조되면 아닌 게 아니라 주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술집 주인과도 싸우고, 버스를 타면 버스 기사와도 티격태격하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다가는 어깨를 부딪친 사람과 드잡이질도 한다. 치기로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웬일일까. 물론 큰 싸움으로 비화한 적이야 없다 쳐도 이를 빌미로 원하지 않게 가지를 치는 일에 말려드는 게 여간 성가시지 않다. 기껏해야 술을 많든 적든 구석자리를 찾아 잠드는 게 전부인 내게 목청을 높이고, 싸움까지 뜯어말려야 하는 일이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사람은 활동적이고 붙임성도 좋은데 고집이 왜 저리 세지!'
마주치는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그게 코오 선생 엔간한 고집에서 비롯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고집이라면 내 주변 사람이 거의 갖고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예서 차트를 만들어 비교하면 코오 선생이야말로 상위 황고집을 갖고 있지 않을까.
나중 집에 들르는 이들 중 홀로사업을 하거나 코오 선생 같은 프리랜서들을 보면 의외로 술을 마신 뒤가 유별난 공통점이 있었다. 찬찬히 뜯어보면 이야말로 일면 결핍된 사회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하고, 술자리를 빌어 혼자 막연히 생각하고 계획하며 결정한 일에 대한 자기 과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방안인 것 같아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찜찜했다. 드러난 생활 만으로는 뭔가 전할 수 있는 부분이 아쉽게 느껴져서일까. 이러구러 내세울 게 고집밖에 없는 나이이다. 외면하려고 해도 알게모르게 돋아 꺾이지 않는 고집의 대와 주변 고집순이 무성한 숲에 서있다.












Rimsky-Korsakov, Concerto for Trombone..Branimir Slok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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