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들이 사람과 뒤섞여 발 아래를 휘저었다. 진작 잡힌 약속 장소에 가다 말고 멈칫했다. 구미 당기는 연락이 나중 몇 건 왔지만 물리쳤다. 온갖 것마다 눈길을 둘 수야 없지. 지금 보니 의미 없는 약속이다. 그래도 털컥하여 굳이 쫓아가야 하다니.
맨살에 와 닿는 차가운 바람. 그럴수록 감싸고 웅크린 북극곰들로 득시글대는 도시가 낯설다. 각기 다른 일정을 쫓는 이들과 뒤섞여 명멸하는 네온사인이 전혀 상관없는 이물질처럼 동떨어진 풍경. 다들 그렇게 기다리던 새해 첫 날을 보냈다. 허겁지겁 지나친 날이 버거웠나. 쏟아져 나온 이들마다 침묵하여 앞만 주시한다. 횡단보도 맞은편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이 편을 노려보고 있다.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오자 사생결단으로 맞부딪히듯 성큼 내닫는 사람들. 급기야 억지부속품으로 종일 매여 있어서 사뭇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쫓아나가고 달려온다. 우렁찬 함성을 들은 것도 같다. 나야말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얼어붙은 것처럼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뜯어먹다 말고 버려진 빵 조각처럼 보잘 것 없는 자신이 서럽다. 생각이야 뻔하지만 앞을 가로막아 흐르는 물길 때문에, 넘실거림이 치올라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의 약속은 여지가 없어 늘 서둘러야 하지만 한순간 머뭇댄다.
György Terebesi, violin&Sonja Prunnbauer, guitar
Sonata Per Novene No1 in A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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