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아직 걸음마 중인 말

*garden 2014. 1. 15. 09:31




안개 속을 떠도는 듯 몽롱한 내가 낯설다. 이곳까지 나를 이끈 건 무엇인가. 또, 어떤 것과 맞닥뜨려야 하나. 갈수록 어렵기만 한 세상살이. 바라는 대로 만들어 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사람들 속에서 사그라지고 없는 스스로의 존재가 가엾기도 하다.
승용차를 빌어타고 가는 중이다. 몸도 몸이지만 머릿속이 자그락댄다. 뒷좌석 진동 때문인가. 방법이 없다. 참고 견뎌야지. 옆사람은 그렇지 않다.
'차 안이 추워요. 뒤쪽 히터 좀 올려줘요.'
운전자가 머쓱해한다.
'조금 전에 일부러 내렸는데....이제 틀었습니다.'
후욱 끼치는 탁한 기운. 신호를 받아 기다리는 참에 옆사람이 차창 유리를 내렸다. 멀뚱멀뚱 보면서 부자연스러운 몸을 꼼지락거렸다. 행동이 제약되어 불편하다. 마찬가지로 옆에서도 참지 못하고 다시 요구한다.
'이제 히터를 꺼도 되겠어요.'
성가신 데도 불구하고 일일히 지적하고 요구할 수 있는 뻔뻔한 신경이 내게는 없다. 내게서 나오는 말은 좀체 속내를 담지 않는다. 실상은 그게 스스로를 욱죄는지도 모른다.
체온자각기제가 오작동되는 건 아닌가. 옷을 껴입고 나갔다가 주체하지 못한다. 아니, 바깥 기온이야 쌀쌀해 그럭저럭 다닐 만했어도 그 차림이 실내에 들어서자 답답했다. 하나둘 벗은 다음 셔츠 차림으로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춥다며 보온담요를 두르고 웅크리고 있다.
격렬하게 운동한 다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나와서인지 땀을 뻘뻘 흘렸다. 차가운 날씨에 다른 사람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휴일 산 등성이에 머무는데 옆이 왁자지껄한다. 내 뒤를 따라 오른 이들이 가쁜 숨도 가라앉힐 겸 떠들다가 한 사람이 겉옷을 벗자 너나 없이 따라 벗는다. 건성이라도 섞이는 듯해야 할 것 같은데 유별난 묵묵함에 괜히 낯이 달아오른다.
삐걱이는 말이 만드는 세상. 너도나도 말을 앞세워 직성에 맞지 않다. 그게 말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니. 당연히 퇴행중인 내 말은 뒤뚱거리고, 복구는 점점 어렵다.
어릴 적 사랑채를 떠올렸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 한쪽에 치워 두었던 화로. 불씨를 뒤적이면 오르는 한줌 온기만으로도 너끈히 채워지던 위안과 평화를 어디에 내팽개쳤을까.










Late Vivaldi, Giuliano Carmignola(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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