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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노래

노랑 병아리들 오종종한 걸음을 보며 미소 짓는다. '세상이 신기해!' 언 땅이 풀려 촉촉하다. 구석구석마다 헤집고 다니는 병아리들. 혼자 움직이는 법이 없다. 싸릿문으로 향한 하나를 따라 우르르 쫓아가기도 하고, 돌담장 아래서 햇빛과 어울려 풀피리 같은 소리로 노래를 한다. 영혼을 품은 것 같은 여린 색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 그리고 사랑. 병아리 색 꽃이 피는 새 봄.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 황매화, 풍년화, 히어리 들이 약속한듯 깨어나 저마다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노랑 꽃에 이어 하얀 꽃마저 피어나면 봄은 절정이다. 성장한 여인처럼 뜨거운 여름, 화끈한 계절에 도도한 빨강 장미꽃. 꽃은 어디서나 자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색을 선택한다. 짙은 유혹의 빛깔을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향기는 또 얼..

不平則鳴 2020.10.04

한 번의 만남, 천 번의 이별

한나절을 헤맨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니. 인적 드문 곳이 낫겠지. 숲으로 발길을 옮겼다. 숨은 꽃밭을 찾을 수 있을거야. 풀꽃은 씨족사회처럼 모여 산다. 홀아비바람꽃은 홀아비바람꽃대로, 나도개감수는 나도개감수대로. 이쪽 능선과 저쪽 계곡에 피는 꽃무리가 제각각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돌로 존재한다고 했다. 다음에는 식물로 태어난다고 했지. 식물의 정점인 꽃, 꽃을 볼 때마다 차오르는 기쁨과 즐거움을 어디에 비길까. 더구나 여긴 쉽게 오기 힘든 강원도 산골. 반드시 꽃다운 꽃을 찾고 말겠다는 욕심에 숲 깊이 들어간다.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생기를 주던 봄꽃이 이미 졌거나 며칠 전 요란한 비에 떨어졌어도 이제 여름꽃이 피어나지 않았을까. 허나 차츰 실망스럽다.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으니. 이건 아닌..

不平則鳴 202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