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꽃을 위한 노래

*garden 2020. 10. 4. 02:30






노랑 병아리들 오종종한 걸음을 보며 미소 짓는다.
'세상이 신기해!'
언 땅이 풀려 촉촉하다. 구석구석마다 헤집고 다니는 병아리들. 혼자 움직이는 법이 없다. 싸릿문으로 향한 하나를 따라 우르르 쫓아가기도 하고, 돌담장 아래서 햇빛과 어울려 풀피리 같은 소리로 노래를 한다. 영혼을 품은 것 같은 여린 색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 그리고 사랑. 병아리 색 꽃이 피는 새 봄.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 황매화, 풍년화, 히어리 들이 약속한듯 깨어나 저마다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노랑 꽃에 이어 하얀 꽃마저 피어나면 봄은 절정이다.
성장한 여인처럼 뜨거운 여름, 화끈한 계절에 도도한 빨강 장미꽃. 꽃은 어디서나 자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색을 선택한다. 짙은 유혹의 빛깔을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향기는 또 얼마나 진한가. 갖가지 색깔로 치장한 꽃이 곳곳에서 피어난다. 황홀한 꽃의 향연을 보노라면 정신줄을 놓을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천사는 순수하기만 하다. 헌데 내면은 겉모습과 다를까. 톡톡 튀는 보라색을 좋아하다니. 슬쩍 훔쳐보면 연보라색 속곳도 받쳐입는다. 꽃을 닮은 해맑은 미소에 애간장이 녹는다. 그뿐이면 말을 안하지. 근사한 정장 하나는 진보라색이어서 의미 있는 날에는 감히 골라입고 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이렇게 고울까!"
"우린 소화하기 힘든 보라색도 너무 잘 어울려!"
보는 이들마다 찬탄하며 한마디씩 던진다. 소위 말하는 시샘도 묻어 나온다. 당연하지만 과한 반응에 하얀 피부의 천사 또한 수줍고 고혹적인 웃음으로 화답한다.

어느덧 조락하는 계절 가을. 산과 들에 보라색 꽃이 지천이다. 꽃 색깔은 단순하지 않다. 옅은 핑크색에서 짙어져 침잠한 파랑색이 섞인 보라. 일생에 한번 환한 존재를 자랑하기 위해 피어올린 열정 빛깔. 어둠 속에서도 자기를 지우지 못하는 찬란함이다. 개회나무 아래서 멈추었다. 아, 감각을 멈추게 만드는 오묘한 꽃 향기를 어떻게 설명할까. 보랏빛 꽃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또 보던 그대 모습을 떠올린다. 층꽃나무와 백리향의 아름다움도 나를 이끈다. 청초한 쑥부쟁이나 가을 국화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꽃은 해마다 피고 또 지지만, 정작 우리가 알던 천사는 더 이상 없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엔 고운 보랏빛 샤프란 한다발이라도 그대 사진 앞에 갖다 놓아야지.













Paul Brandenberg,
Between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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