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이월은

*garden 2021. 2. 25. 05:16






이월은 팔삭둥이처럼 여겨집니다. 본의 아니게 하자 있다고 낙인 찍혀 여기저기서 놀림 받던 천덕꾸러기. 짧아서 한편으로 허무하게 여겨지는 달입니다. 같은 시간이지만 다른 듯 보이기도 하는 통로. 억지로 비켜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에 쫓기고 날이 여느 달과 달리 부족해도 채우며 살아가라는 뜻이 아닐까요.
이월은 철없던 우리 아이가 서너 살 적 심심하면 입에 달고 있던 원색 오살난 뿡뿡이 나발이었다가 이빠진 소쿠리에 덧대기 위해 부엌 한쪽에서 이모가 칼로 박음새를 해 들이밀던 쪼개진 대나무이기도 합니다. 불현듯 맞닥뜨렸다가 사그라드는 이월......

우선 그대에게 안부부터 전합니다.
이런저런 일을 얘기해 줘야지 하고 다듬다가도 해를 넘기고, 달을 지나치며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더듬거리다가 푸념처럼 머릿속에 인장된 낱말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눈을 감았지요. 이러면 안돼. 살이에 익숙해질 때마다 그대와 멀어지는 것 같은 어긋난 투정. 가슴 한쪽이 아린 건 왜일까요. 술 한잔으로 걸죽해진 밤 자정을 넘기고 자리에 앉았으나 다음 포털 글쓰기 환경이 예전 같지 않아 버벅대다가 작성한 글을 부지불식간에 두어 번 날리고는 아연해져서 몇날 며칠 헤매기도 했습니다. 불펌이라든지 영상에 대한 환경을 강화하고 제어한다지만 너무 해. 일면 이해하려지만 꼭 이렇게 해야만 할까. 나만 범용성이라든지 안정성을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바뀌는 환경에 적응 못하는 얼뜨기가 되어 버린 기분입니다.
시도때도 없이 몸이 달아오릅니다. 몸 안 열기가 뻗쳐서는 배출되지 못한 채 뭉쳐 떠돌다가 사특한 기류로 바뀌어 땀을 흘립니다. 목덜미가 끈적끈적해 기분 나쁜 생각에 눈곱만큼 빠지기도 합니다. 채우지 못한 욕망이 발산시키지 못한 기운과 뭉쳐 나를 나락으로 빠뜨리지 않을까 싶은 삿된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외출하려는 내게 아이가 묻습니다.
"어디 가세요?"
"약속이 있어서. 일찍 들어오마."
평상시처럼 내뱉지만 아이는 의아하게 쳐다봅니다.
"요즘 시국이 하수상한데 나가셔서 어떡하려구요? 그냥 집에 계시는 게 장땡입니다."
손까지 격하게 흔들지만 농담처럼 마무리되기에 상관 않고 구두를 내신는 참에 아이가 다시 말립니다. 가급적 사람도 만나지 말고 모임도 자제하라는 엄명이 내려왔다는데. 그러면서 이 녀석은 한 주일에 두어 번은 외박을 하더군요. 준비한 말은 아니지만 대뜸 그걸 상기시키자 '아아~' 하며 웃음으로 얼버무립니다. 돌아가며 친구들과 홈파티하는 눈치를 못챈 줄 알까요.
코로나 때문에 갇히고 막힌 일상이 우울합니다. 설날 차례마저 포기하고 일가와 통화로 대신했으니 오죽할까요. 그게 답답한지 동생이 다녀갔습니다. 그도 마침 기온이 영하 십오륙 도까지 곤두박질 친 날에. 함께 저녁 외식을 하다말고 시간이 다 되었다며 늦은 아홉시 전에 쫓겨나왔습니다. 별 수 없이 간식 거리라도 챙길려고 들른 편의점마다 사람들이 들끓더군요. 한보따리씩 사 들고 가는 모양새가 낯설지 않습니다.
여동생이 전화를 합니다.
" 이 추운 날에 작은오빠가 오다니요. 웬간하면 가겠다만 사인 이상 모임 안된다면서요."
"억지로 참석할 필요 없다. 그냥 요즘은 집에 가만히 있어야 돼. 글고 이런 날 왔다가믄 기억에도 남지."
여행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수영이는 작년 초 미국에라도 다녀오겠다며 작정하다가는 코로나가 터져버려서 발을 동동거렸지요. 그래도 설마하니 싶어 연차를 쓰지 않고 연말까지 미뤘다가는 날려버리고 울상을 짓습니다.
옷을 벗고 나가는 것은 괜찮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가면 따가운 눈총을 줍니다. 갇혀 지내는 갑갑한 일상이 이어지다 보니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자연스럽게 생계가 막혀서는 살이가 팍팍해지고, 어쩔 수 없이 나앉는 이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래도 견뎌야겠지요. '괜찮아질거야!' 하는 희망고문이 언제까지나 이어져야 합니다.
안부가 넉두리만으로 점철되었네요. 이런 글을 바란 건 아닌 데 언제 적부터 제 속이 조악해져 있나 봅니다. 그렇게 이월 가고 삼월이 시작되어도 어쩌면 마찬가지일겁니다. 헤어날 수 없는 안배로 기약 없는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와중에도 사람들은 은연중 봄을 떠올리지만 까마득합니다. 고졸한 그대 미소마저 이제 희미하네요. 그곳은 정녕 아무렇지 않나요!












Yanni,
Trib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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