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집이 저기네." "맞아. 동네서 가장 큰 나무 두 그루가 여기서도 보여." 심심할 적마다 올라가는 동네 건너편 동산. 아이들과 경쟁하듯 뛰어올랐다. 한켠에 모여서서 동네를 어림짐작한다. "우리 사는 데가 손바닥 만하네." 모여 사는 모습이 별것 아니다. 어찌보면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곳. 그래도 올망졸망하게 늘어선 곳은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다. 거미줄처럼 사방팔방 뻗어나가는 길. 바닷가 바위 위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지붕으로 이어진 세상. 이곳저곳으로 통하는 수많은 길. 아마 누군가는 바쁜 걸음으로 골목을 나서겠지. 골목 밖 가게에서 또 다른 이는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있겠지. 그 앞 약국 안에서 약사 아주머니는 하얀 얼굴에 안경을 고쳐 쓰며 지나는 사람들을 살필 거다. 짤랑대는 엿장수 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