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위 검은고양이 한 마리.... 허리를 공처럼 궁글리더니 입 벌려 햇살 한줌 베어 먹었다 담장 위에 박힌 깨진 병이라든지 사금파리 등은 아랑곳 없이 도도하고 우아하게, 또 귀하게 걷는다! 바스락대는 마른 담쟁이 부서지는 청량한 바람 가을이 숨어든 담장 너머로 검은고양이가 훌쩍 사라졌다 "이거 와 이렁교?" "뭔데 그러십니까?" 술손님 드문 주막집에서 뻗대기 두어 시간 그도 낯 익힌 세월이라고 꼬장꼬장 손때 묻은 휴대전화기를 갖고 와 알아 듣기 힘든 말을 줄줄 늘어놓는데 전화 앞자리가 018이다 "이걸 왜 아직 안바꾸시고?" "떠난 그 냥반 돌아올 제 연락할 번호라도 있어야지예!" 강경상고 나왔다는 김 부장 돈 세고 마지막은 '따닥'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튕긴다 "햐, 딱 맞네, 맞어!" 만사 기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