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호젓한 산길, 냉랭한 세상에서 이틀째이다. 오늘은 해지기 전에 내려가야지. 군데군데 쌓인 눈과 얼음으로 비명을 지르는 바닥. 땀과 습기로 만신창이인 겉옷이 딱딱하다. 아이젠에 달라붙은 얼음 조각을 떼냈다. 발가락 감촉이 살아나게끔 앞발을 거칠게 내딛었다. 아마도 부어 엉망일거야. 두꺼운 장갑에도 아랑곳없이 곧은 손가락. 얼얼한 뺨을 감싼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에 통증이 일 정도이다. 파도소리 같은 바람길을 헤치며 굼뜬 동작으로 나아갔다. 죽으러 가는 길처럼 막막하기 만한 저 언덕만 넘어서자. 의미 없는 다짐이야. 생각이 봄날 이모가 갈던 밭두렁처럼 끝이 없다. 걷는 동안 지난 삶을 복귀하며 고비마다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는데. 그래도 삶이 바뀌기라도 할 것처럼 꿋꿋하게 걸었다. 내려가면 무엇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