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길 떠나기를 갈망하는 건 왜인가? 어릴 적 심심하면 만지작거리던 생각 하나. 세상 어디엔가 또 다른 내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를 닮은, 똑같은 나와 어느 때 마주치면 어쩌지. 이내 실소를 머금는다. 나와 내가 만난다는 것도 우습다. 나 아닌, 모르는 이를 보는 게 차라리 나아. 그래서 길을 떠나고.. 不平則鳴 2011.02.22
길에서 철들기 전부터 동경하던 도시로 너도나도 쫓아나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스스로를 제어하고 갈무리할 수 있어야지. 어쩔 수 없이 고향이라는 이름의 자리에는 죄다 연세 든 분들만 남았다. 노인천국이라기엔 격이 맞지 않지만. 붙여 먹고 살 땅이라도 있다면 매이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 不平則鳴 2009.09.18
길로 광안리에 가 있다는 친구 녀석, 전화기 너머 짭쪼롬한 소금끼가 배어 있다. 주변 소음 때문인지 말이 빨라진다. 휴양 인파로 흥청대는 항구도시가 싫어졌다나. 용호동 뒤편 이기대를 돌아보다가 밤 모기한테 온통 물어뜯겨 근질거린다며 투덜대고, 근방 길목에서 밀리는 차에 갇혀선 한 시간여나 걸려.. 不平則鳴 2009.08.19
서불과지 정방폭포 암벽 마애각 '서불과지(徐市過之)' 남쪽 바다에 홀로 섰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눈부신 햇살에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일을 두고 무수한 생각만 갈래를 쳤지, 어디에서도 길을 찾지 못했다. 미련으로 미적거릴 때 말이지. 떨고 떠나자 차츰 나아진다. 내 처지를 대변하기라도 .. 不平則鳴 200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