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선 친구를 따라 우리는 종종걸음을 쳤다. 북새통인 시장 바닥. 요리조리 빠져나가기가 서커스를 하는 듯하다. 사람들의 아우성과 먹음직한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장터 한귀퉁이 식당에 우리는 한줄에 꿰인 북어마냥 들어가 옹기종기 앉았다. 우리를 이끈 친구가 주방에 고함으로 주문하자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두부찌개가 쫓아나왔다. 사람 수대로 털컥털컥 놓인 밥그릇을 제각각 들고 숟가락질을 시작한 찰나 깜짝 놀랐다. 새삼 입맛을 쩝쩝 다셨다. 오홋, 이 맛! 기억난다. 대파를 쑹쑹 썰어넣고, 굵은 멸치로 다시를 우리며 간조림만으로 두터운 두부를 커다랗게 익힌 찌개맛. 전쟁을 치르듯 숟가락이 오간 다음 금방 바닥을 보인 넓다란 찌개 냄비를 다들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이야,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찌개 맛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