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생의 한 자리

*garden 2011. 6. 29. 10:24










회사 앞에 할인마트가 생겼다. 식음료품을 주로 취급하는데 열자마자 사람이 들끓는다. 채소류나 반찬거리에서부터 미곡이나 파인애플 열매 등이 잔뜩 쌓여 있기도 한다. 매일 미끼상품이 바뀐다. 할당된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꼬불꼬불한 줄이 십여 미터씩이다. 배추값이 폭등할 때에는 쌓아 둔 배추를 사겠다고 난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상품 유통 단계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백화점에서 팔다 남은 물건을 떼온다고 했다. 하루이틀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구매욕구가 자극되어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있어야지. 우여곡절도 많다. 진작 바로 옆에 있던 편의점이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문 닫았다. 수백 명이나 되는 회사 동료가 수시로 드나들기에 수지타산을 맞추기에 어려움이 없었을텐데. 야속하다고 눈 흘기며 원망한들 버스 떠난 뒤 손들기이다. 드는 길목과 나가는 길목에 자리한 중형마트에서는 벌써 파리만 날린다며 앓는소리다. 마트 하나가 지역상권에 끼치는 영향이 이리 대단하다니. 마트가 오기 전 그 자리에 있던 이름도 모호한 회사와 이후 배턴을 이어받은 커다란 일식집이 존재할 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선 오가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허긴 한 불록 건너 로터리에는 유수의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덩달아 뛰더라만. 쇼핑이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정도야 진작 알았지만, 편의성이나 만족감까지 이렇게 환산된다는 걸 미처 몰랐다. 그러고 보면 주식투자나 경매에서 자기가 원하는 가격에 맞춤물건을 구입했을 때의 비길 데 없던 희열이 생각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 얼굴일 뿐이다. 어느 때 백화점에 다녀온 우리 꼬마가 한탄한다.
'양 손에 비싼 물건을 잔뜩 사 들고 가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지 궁금해요.'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마구 사다 쌓아두면 좋지 않을 리 있나. 이에 따른 재화가 밭쳐지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지.


마트 때문에 겪는 불편함도 있다. 호객 소리가 종일 끊이질 않는다. 적재된 상품이나 사람, 캐리어 들로 통행이 불편하다. 창을 열어 사무실 환기를 시키고 싶을 때가 많은데 소음으로 망설여진다. 오죽하면 일부 동료들이 신고도 했다. 소음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가 어렵다며 관계자가 나와 난색을 표한다. 항의를 해도 그 때뿐 행태는 변하지 않는다. 지나다닐 적마다 마주치는 광경들. 상품 박스를 내오거나 나르는 깡마른 장년과 작업복을 걸친 지친 아주머니와 눈치를 보며 골목에 숨어들어 담배를 피우는 일단의 젊은이 들이 무슨 죄가 있으랴. 그저 살기 위해 아등바등한 모습이어서 연민이 간다.
삶에 애착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외면한다. 부대낌이 싫어 떠나는 꿈을 꾸었다. 떠나면 되돌아오고 싶은 것을. 아직은 외로움에 절어 못견디는 때는 아닌가 보다. 애를 써 한뼘씩 기어오른다. 여기가 울산바위 쯤일까. 물을 마시려고 깨었다. 먹물 속 같은 어둠을 노려본다. 문득 종아리를 간지르며 자글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박스 안에 두고는 잊었던 마가 싹을 틔웠다. 삶은 가장 낮은 곳에서 쉼없이 길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Bizet, L'Arlesienne Suite No.2 in Eb major Menu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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