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칠월 눈

*garden 2011. 7. 12. 15:55




태양의 계절. 밤에도 열기는 가시지 않아 덜마른 장작을 태울 때처럼 텁텁하다. 불볕 태양으로 가동되는 초록공장이야말로 지금 거칠 게 없다. 벋고 늘어뜨려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억센 비가 훑거나 거친 바람이 쑤썩여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정작 갈맷빛 속에서는 골병든다. 하찮은 벌레들이 번성하여 움을 지른다. 이도 자연의 일부라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다. 소명이 우화 아니던가. 섭식과 배출 밖에 모르는 이들은 날이면 날마다 아귀처럼 달려들어 등걸에 구멍을 파기 일쑤이고 잎도 갉아먹는다.
눈 감거나 귀를 막지도 않았는데 말야. 나도 벌레처럼 꿈틀댄다. 산굽이를 너댓 번은 돌았다. 끓어오른 숨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굵은 땀방울을 열댓 번 훔치고서야 겨우 몸이 수월하다. 그제야 감각이 살아나 주변이 분간되다니. 평생을 걸려 고작 땅에서 십여 미터밖에 못오른 쓰름매미가 고뇌를 노래한다. 올해 첫 매미 소리인가. 땅속 깊은 어둠이 나무 수액을 빨 때마다 조금씩 옅어진다.


흔한 소나무야 말로 언제부터 이리 뜸할까. 소나무 등걸로 지은 집에서 뒹굴며 송홧가루나 송진을 먹고 씹으며 자란 우리. 아궁이에서 눈을 발갛게 밝히며 타오르던 잔솔가지 냄새가 익숙한 게 엊그제였는데. 대신 산뽕이나 회나무, 물오리, 산벚 등이 자리잡았다. 난데없이 숲을 가로지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소리가 난다. 설마 탁란으로 깨어난 뻐꾸기 새끼에게 줄 먹이를 나르는 중이야 아니겠지. 듬성듬성한 산딸기는 지나는 손들에 의해 이미 치워지고, 드러난 숲가 둘도 외롭다고 이파리를 셋씩 한 묶음으로 똬리 튼 족두리풀이 보인다. 이제 막 불꽃놀이를 시작한 꿩의다리. 여기저기 터뜨린 꽃송이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처녀치마 싹이 수더분하게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별처럼 흠뻑 내린 산딸나무 아래서 흥을 돋운다. 발을 간지르며 요란스레 지치는 물줄기가 어지럽다. 일찍이 선善과 도道를 부르짖은 노자도 도덕경에서 겸손함과 포용력만큼 나은 게 없다며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지 않나. 물길을 좇아 아래쪽 벼랑까지 시선을 둔다. 빛 바랜 기억이라 치부했건만 쿵쾅거리며 흘러내린 길. 소용돌이치는 피가 새삼스럽다. 지난 칠월은 가뭇하고 새로운 칠월은 아득했다.













Tom Barabas, Free Spirit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세상, 마음은  (0) 2011.07.26
뭍으로 간 물고기  (0) 2011.07.14
말 비  (0) 2011.07.05
생의 한 자리  (0) 2011.06.29
유월 색  (0) 201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