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비 세상, 마음은

*garden 2011. 7. 26. 17:44





잠을 설쳤거든. 새벽 빗소리가 오죽해야지. 잠결에도 약속을 떠올려서인지 걱정했지. 오늘 우중산행이 괜찮을까. 예전같지 않아서 말야. 뭔 비라니, 요란스러운 이 빗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른 아침 통화를 하다가 면박만 당한다. 물보라로 뿌연 바깥, 물기 먹은 나뭇잎들이 늘어져 있다. 건너편 아파트에 비로소 하나둘씩 불이 들어온다. 이왕 가기로 했으니 어쩔 수 있나. 서둘러 일어서야지. 요즘 흔한 비 핑게로 주저앉을 수야 없지. 커다란 박쥐우산을 펴서도 사정없는 비에 등짝이 젖었다. 운전석에서 척척한 어깨를 우쭐거린다. 후덥지근한 기운이 맨살에 감겼다. 예열도 하지 않고 달려서인지 멧돼지처럼 쿠르릉대는 자동차. 강변도로 어디에선가 비의 경계를 만났다. 똬리를 튼 대가리가 둘인 뱀 한 마리. 쳐든 이쪽 대가리는 빗물에 젖어 번들거리고 다른쪽 대가리는 말끔한 채 혀만 날름거리고 있다. 눈을 부비며 하품을 해댄 친구 녀석이 실없이 웃을만 하다. 괜한 전화질이었네. 게으름을 연장하고픈 핑게처럼 들었겠어. 깊숙하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서울이 넓은 건가. 광폭 타이어 척척한 감이 가셨다. 마른 도로에 물기가 찍혀 궤적이 드러날 것이다. 뒤쪽을 돌아보느라 차체가 기우뚱댄다. 이를 참지 못하고 클락션을 울리며 옆을 지나치는 코뿔소들. 잠이 덜 깼다고 탓하는가, 아니면 규정속도 이상으로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배려나 양보라고는 없다. 이도 생존욕구의 발현인가. 멸종되어가는 지구상의 동식물에 대한 보고서를 본 적 있다. 적자생존의 세상에서 순한 초식성은 아무래도 견디지 못하겠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멸종시계를 작동시키더라도 누구 하나 관심 없을 것이다. 먼길을 에둘러왔다. 지쳐 주저앉고만 싶게 만들던 행로. 되돌아보는 기능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네비게이션은 날마다 설정한, 달려가야 할 길만 일러줄 뿐이다.
휴가철이라 길이 한적하리라고 여긴 건 나밖에 없었는지, 사방이 꽉 막혀 있다. 덕분에 몇 차례나 비를 만났다. 국지적인 소나기라더니 곳곳에서 퍼부을 땐 오지다. 비 내리지 않는 구름 아래서는 후덥지근해 견딜 수 없다. 아침 나절 작정한 마음에 금이 간다. 사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가급적 천천히 나아가야지 했는데. 짙은 숲 그늘 안온한 자리에서 별처럼 떠오르는 산딸나무 꽃대를 마음에 새기고 왔는데. 길에서 옴쭉달싹 못하는 처지가 가소롭다.












바람결에 민들레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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