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팔월로

*garden 2011. 8. 10. 13:47

















어항 안에도 한 세월
뻐끔담배 피듯 들이킨 공허함 쯤이야, 미련없이 아감구멍으로 내는 붕어
진작 입가 양념 칠갑을 하고는 게걸스레 음식을 씹어 삼키는 이들이 싫어.
꼬리지느러미야 퇴화하였다.
옆지느러미만 부채처럼 살랑대는 한여름 오후

길에서 길로 향한 이들
숙맥 아닌 다음에야 제갈길을 가늠 못할까.
가다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오면 되고,
아니다 싶어도 꾸역꾸역 걸음을 떼는 건 불현듯 헤매고 싶은 자괴감으로 허둥댈 때야.
길잃은 자를 누가 구원해줄까?
오래 걸어 헤진 걸음
망설이는 순간에도 의젓한 길.
길이야 걷든 멈추든 돌아가든 길일 수밖에.

매지구름에 서둘렀어도 한나절을 훨씬 넘겼다.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어.
바야흐로 우기니 달구비 아랫서 척척한들 대수야?
타오름달이랬어.
조만간 돋을볕에 속을 드러내고서는 어릴 적 동무와 외던 동요나 흥얼거리며 말리면 되지.
시뻘건 시간 안에 가라앉아 허덕이는 가여운 그림자.
구름발치께 산마루금이라도 밟고 세우면 허드렛머리를 날리는 맞바람이라도 품을 수 있을거야.
부질없는 것을 재우기만 해 한량없이 무거웠다.
내려놓고는 뚜벅뚜벅 걸어야지.

붕어는 붕어대로,
꽃은 꽃대로
숲에서 키를 세운 나무처럼
투신하여 스스로를 부스러뜨리는 물처럼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너울가지로 나아가서 스스럼없이 안아야지.
달아오른 팔월 길에서라도.










Ya Mur, A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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