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뭍으로 간 물고기

*garden 2011. 7. 14. 16:05




여럿이 자리하면 버거운 술자리. 개중 몇은 꼭 엉뚱하다. 한눈을 팔고 이야기는 엇나가고 술을 따라 주려고 해도 뺀다. 이럴 바엔 둘이거나 아니면 혼자인 게 낫다. 늘 감기는 술이라는 나긋한 동무가 있는데 뭔 걱정이야. 길을 떠나서도 들이키는 술. 한께한 이는 곯아떨어진 나를 배달시키느라 골몰한다. 그런 점에서 더러 신세를 졌다. 망찰님께 우두망찰한 내가 감사함을 미처 표하지 못한 적도 있다.

현관문을 열며 그가 와 있는 것을 알았다.
언제 왔냐?
조금 전에 들어와 앉았구만.
거실 불이라도 켜두면 안되나? 아님 방송중이라는 표식이라도 있어야 경각이라도 하지.
이렇게 하면 돼?
그가 나를 보며 찡긋한다. 그 바람에 켜졌던 현관불이 순식간에 나갔다. 옷걸이에 벗은 윗도리를 걸며 시큰둥하니 보았다. 그가 다시 눈을 깜박하자 거짓말처럼 현관불이 켜졌다. 장난스레 눈을 감으면 불이 들어오고 눈을 감으면 불이 켜진다. 현관불이 깜박깜박거렸다.
자자, 장난 그만 하고 나도 한잔 줘.
이미 그의 앞에 있는 잔은 비어 있는 참이어서 나부터 술을 채워준다. 갈증에 겨워 입맛을 다셨다. 벌컥벌컥 마시는데 제지도 하지 않고 따라 주는 바람에 순식간에 술이 동났다. 냉장고를 뒤져 다시 술병을 꺼낸다. 중요치 않은 얘기라도 나누면 심각해진다. 잔을 부딪힐수록 생각은 단순해졌다. 노래도 흥얼거리며 깜박 졸기도 한다. 열어 둔 창으로 여름날 꽃 향기가 날아든다. 오래 전 저녁을 떠올렸다. 바쁘게 쫓아 다니느라 챙기지 못했다. 가끔은 연락이라도 이을 요량이었지. 훌쩍 건너뛴 시간 사이에 채운 수많은 일이 인제 건너지 못할 강이 되었다. 그대 부디 잘있는가?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있던 소녀의 모습이 어렴풋하다. 손을 내밀자 해맑은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신 눈을 둥그렇게 뜬 우리 꼬마가 거기 서있다.
언제 들어오셨어요?
한참 되었지. 너야말로 왜 이제서야 오냐?
친구네 들러 온다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어, 그랬니? 저녁은 어떻게 했냐?
저는 간단히 먹었는데 아빤 안드셨지요? 잠깐만 계세요. 제가 차릴게요.
옷을 갈아입고 나온 아이가 주방쪽으로 가다말고 돌아본다.
그런데 제가 올 때 누구하고 얘기를 나누신 거에요?
응?
식탁 건너편을 가리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매일 같이 술 마시는 아빠 친구잖아. 너 본 적 없니? 언제 가버렸는지. 우물쭈물한다. 빈 자리와 치워진 술잔을 보며 혀를 찬다. 달그락거리며 식탁에 반찬 그릇이 가지런히 놓인다. 냉장고인지 아님 정수기에서인지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낮게낮게 깔린다.
매일 그렇게 술을 드시니 걱정되어요. 혼잣말만 중얼거리시기도 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밤이 얼마나 깊었나. 변명 삼아서라도 늘어놓으려다가 억지로 삼켰다. 마시다 만 술잔에 어린 형광불빛이 새록새록 하다.












Elijah Bossenbroek, A Song Of Simpl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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