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유월 색

*garden 2011. 6. 23. 12:24





스스로 물을 찾지 못하는 꽃나무들. 외딴 섬 같은 화분에서 축 쳐져 있다. 깊은 흙 냄새를 잊은들 지울 수 있을까. 오늘은 물주기를 그만 두자. 오랜만에 뿌리는 비. 습기 먹은 바람이 끼치는 눅눅함을 반가이 맞아들였다. 때로는 선한 바람이 꽃을 키우는 게야. 아직 꽃나무 같은 우리 꼬마는 한밤중에서 이어져 아침도 없다. 늦게까지 부스럭거리더라니 대체 무엇에 골똘한 걸까. 아이 만할 적에 나는 생각이나 눈길을 어디에 두었더라. 그때에 비하면 얼마나 풍족한가. 살기 좋은 세상이다. 밑도끝도없이 중얼거리며 집을 나선다.
출근길 도로 한가운데서 문득 깨달았다. 살기 좋은 세상이 어디 있어. 삶이 순탄하던가. 지뢰밭에서 헤매듯 어느 때 한 번이라도 걸음을 쉽게 떼었던가. 생각이 엉키며 어지러워 멈추고 있었더니 뒤에서 난리이다.

사내 경영팀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따분한 얘기들 뿐이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인지, 경제활동의 주축인 핵심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줄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에 대한 심각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쪼그라드는 게 시간 문제이다. 작심하고 재정지출 감축 등을 논의해야 한다. 헌데 아사리판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이가 없다. 뻔한 아전인수 격의 주장만 난무한다. 떠들썩한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 등에 대해 심정적으로야 동의하지만 한낱 이를 정치적 표로 환산하는 목소리 큰 꾼들의 작태 이전에 머리를 맞대고 짚어야 할 문제를 조목조목 따져야 할 것이다. 다른 사안이지만 학교 체벌에 대해 교사는 처벌 받고, 교사에게 대든 학생은 아무렇지 않다면 이는 틀림없이 잘못된 일이다. 수사권 문제로 싸운 지 제법 지난 검찰과 경찰. 한치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 중에 간신히 조정안이 받아들여졌지만 봉합은 미봉책이다. 인제는 조직 내부 불만이 불거져 한층 더 시끄럽다. 이전에는 검사와 판사의 쌈질이나 경찰과 경찰 간의 다툼도 빈번했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잠잠해 보일 뿐이다. 의약갈등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렇찮아도 이전 의약분업의 오랜 혼란 와중에 어머니 마지막 길을 제대로 봉양 못한 씁쓸한 기억이 있는데 다시 그 지경이라니. 숨어 있다가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노사갈등에 빈부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마주치면 불편한 사람들. 한여름 폭염까지 더해져 이를 접할 때마다 짜증스럽다.
티브이에서 내내 이어지는 대출광고에 의아하다. 돈을 저리도 쉽게 빌려주다니. 예전보다 훨씬 많이 벌어도 이전처럼 나는 돈을 만지지 못한다. 지난 일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팔백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가계부채 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답답하여 눈 감은들 뿌리치지 못하는 현실. 텁텁함이나 떨어내자고 초록 세상으로 간다. 내 육신을 관통하여 흐르는 건 붉은 피. 팔 벌리고 서로에게 초록을 끼얹으며 물들인들 나무처럼 단순해지지 못하는 우리가 안타깝다.












Michael Hoppe, Lincoln's La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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