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또 다른 날의 이야기

*garden 2011. 6. 9. 14:20





커피가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커피 카페인 성분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한다. 부정맥을 유발하여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고 하니 망설여진다. 많이 마시는 여성은 임신이 어려울 수 있으며, 임산부는 조산의 위험성도 높다고 한다. 또 위궤양 발병률도 높다니 엔간한 작정을 하지 않으면 입에 댈 수 없다. 이에 반해 일본 아이치현 암센터 연구소에서는 커피가 위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덧붙여 산교대학 연구진은 간암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혈압 강화니 음주 후 숙취 해소니 다이어트에 좋다는 의견도 있다. 좋고 나쁨이야 단번에 선을 그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하기야 담배야말로 해롭다고 해도 못끊는 이가 주변에 허다하지 않은가. 녹차가 더 좋다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이는 홍차가 좋다고 한다. 억지로 다툴 필요도 없다. 각자 좋은 걸 선택해 마시면 되는데 굳이 언성을 높여야 할까. 하루에도 몇 잔씩 줄기차게 마시는 커피. 나는 엘로우버번이 좋다. 이야말로 싱글오리진으로 즐기기에 딱 좋다. 우수한 품종이어서 원산지 고유의 은은한 맛과 달콤한 향을 부담없이 느낄 수 있다.

밤새 산길을 걸었다. 어둠 속에서 한발씩 나아가던 일. 뭉뚱그려진 어둠을 빠져나온 일이 꿈이었을까. 터덜거리며 몰려간 해장국집에서 손님 뒤치닥거리를 마친 아주머니들이 둘러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다름 아닌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타들고서는 깔깔 웃음소리를 드높인다. 인생이 별 것 있나. 구수한 커피 냄새가 이쪽 자리까지 전해진다. 부시시 깨어난 아침 해가 기웃거리며 실내에 금빛을 뿌린다. 바야흐로 세상이 환해졌다.

커피야말로 곁에 둔 몇 안되는 내 친구이지 않은가. 지난한 시간들이야 억지로 떠올릴 수 없다. 다시 신발끈을 조여야겠지. 어떤 길이든지 입에서 단내가 나게 걷게 되더라도 이제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다.
베란다 화분 화초를 들여다본다. 겨우내 끙끙 앓던 걸 봐왔다. 봄이지 않은가. 생기가 들이차도 까무룩한 모습이 애닯다. 때가 되면 깨어나겠지 했는데 웬걸. 내내 마음만 끓인다. 여느 꽃이 피고 졌다. 숱한 날이 지났어도 화초는 싹을 틔우지 못했다. 오히려 가는 나뭇가지는 바싹 말라 으스러질 것만 같다. 그나마 남은 잎들마저 끝이 말리면서 흩뜨리기에 조급해진다. 얘는 간절한 기다림을 정녕 알아채지 못하는가. 말이라도 건넬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죽은 듯 침잠하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지. 사랑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뇌까리며 휘적휘적 걸어 내 그림자를 밟고 돌아나오던 골목길을 떠올렸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몸살하여 살지 못할지언정 그냥 둘 수야 없지. 억지로 분갈이를 한다. 으깨어 끄집어낸 박토에 진저리를 한다. 꽃삽으로 토닥이며 체념하듯 중얼거린다. 죽고 사는 건 네 몫이다. 어설프게 맞는 밤, 중천에 잘 벼린 낫처럼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자는 둥 마는 둥 일어나자마자 화초에 눈길을 둔다. 가지 끝에 물기가 올랐다. 이게 그렇게 바라던 생기인가. 귀를 대자 들리는 와글거림. 어제와 오늘은 전혀 다른 날이었다.













Helen O'Hara, Love & Re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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