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맹목적이어야 한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랑이 길을 잃고 헤매는 계절. 그렇다고 사랑이 나중 아무 데나 발 뻗고 주저앉는다고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사랑은 오직 사랑 그 자체이므로, 사랑은 길을 잃은 채로도 온전하게 자기를 지킬 줄 안다. 돌이켜보면 사랑은 지난 다음에도 눈물겨운 때가 있다.
비누방울놀이를 하겠다고 이모를 조른 적 있다. 햇살이 종종대는 봄날 툇마루에서 이모와 내가 씨름을 한다. 귀한 비누를 잘게 쪼개고 녹여 미끈한 비누방울 액을 한 양재기나 만들었지만 빛 바랜 밀짚대롱 끝에서 비누방울은 도무지 쫓아 나오지 않았다. 햇살이 거북한지 이모 얼굴이 빨개졌다. 이모를 위해 커다란 비누방울을 만들어 안산만큼 높이 띄우고 싶은 소망도 가마득했다.
로마의 어느 분수광장에서 만난 버블아티스트가 잠자리 채로 마구 뽑아내던 길다란 비누방울만 있었더라도, 이모와 둥둥 떠올라 높이 떠다녔을걸.
휴일의 광릉수목원, 새싹도 나지 않은 길을 비누방울을 만들어내며 가던 아주머니와 아이들 웃음이 내 이모처럼 환해 보이는 봄날이다.
Stratovarius, Forever[Ocar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