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퍽 엎어진 햇살이 달구는 오후. 그래도 견딜 만하다, 인제 뜨겁지 않아.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는 기분으로 들길을 자분자분 걸었다. 저만큼 주저앉은 산이나 두 손바닥을 펼쳐야 가려지는 바다도 그대로여서, 걸을수록 우리는 댕구알버섯처럼 작아졌다. 쑥부쟁이라든지 선씀바귀가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솟았다.
가을 들길을 바람이 휘저어간다. 출렁이는 들녘 건너편에 있을 아이를 떠올렸다. 나는 길의 앞을 보고, 아이는 발 밑을 보며 걸었다. 한꺼번에 다 일러주고 싶은 성급한 나에 비해 아이는 막연함에 당황스러워 했다. 이 가을에 걸어서 어디로 어떻게 가든 아무렇지 않다는 나에 비해, 아이는 목적 없이 떠돌며 시간을 허비하는 제 아비가 문득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치이다. 그때 저렇게 빛살을 빗고, 생각의 껍질을 벗기고 들추며 기다리는 방법이라도 일러줄 것을.
Tom Barabas, Free Spirit